지난 23일 법원이 이용수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7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의 청구금액을 모두 인정한다"며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소송 소가는 21억1600만원 상당으로 원고들의 청구 대부분이 인정돼 위자료 액수는 피해자별 각 2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번 소송은 故 곽예남 할머니와 이용수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지난 2016년 12월 일본 정부에 피해 배상의 책임이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에서 시작됐다. 주권 국가를 다른 나라 법정에 세울 수 없다는 '국가면제'의 인정 여부가 소송의 쟁점이 됐는데 1심 판결이 나오는 데만 무려 4년이 넘게 걸렸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021년 외국인 일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할 수 없다며 각하 판결을 내렸다. '국가면제' 국제법 규칙을 인정한 것이다. 그로부터 2년6개월여가 흐른 지난 23일 2심 재판부는 위안부와 같은 반인륜적 행위는 국가면제 예외에 해당한다며 1심을 뒤집고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날 재판에 직접 출석한 이용수 할머니는 선고 직후 눈물을 흘리며 연신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하늘에 계신 할머니들도 내가 모시고 감사를 드린다"며 기뻐했다. 머니S는 장장 6년11개월만에 일본 당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이용수 할머니를 24일 화제의 인물로 선정했다.
이 할머니는 선고 직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항소심 선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우리는 일본에서 일했다"며 "일본이 빨리 공식적으로 사죄하고 판결에 따라 법정 배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일본한테 시작"이라며 "할머니들 한 분이라도 계실 때 사죄하고 법적 배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군 역사는 세계가 다 아는 역사다. 위안부 역사는 대한민국의 자존심이고 이 역사를 배우고 가르치고 알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젊은 사람들이 서로 왕래하며 교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변 측은 "이번 사건은 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강한 메시지를 남겼다고 생각한다"며 "일본 법원도 피해자들을 인정하지 않았고 그 어디에서도 법적인 피해자 권리를 인정받지 못했다. 서울고법에서 (피해자들은) 더이상 법의 밖에 있는 분들이 아니라 법의 보호를 받는 온전한 시민권의 주체가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