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잠재 매수자들의 협상력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롯데손해보험 사옥./사진=롯데손해보험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잠재 매수자들의 협상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손해보험, 예별손해보험, KDB생명 등 매물이 한꺼번에 시장에 나온 가운데 손해보험 라이선스나 보험 계열사 보강을 원하는 금융그룹들의 선택지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매각을 성사시켜야 하는 매도자들은 가격과 지원 조건을 두고 눈높이를 낮춰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손보 매각과 관련한 매수 후보로는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와 한국투자금융지주(한국금융지주)가 유력한 곳으로 거론된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이날 공시를 통해 롯데손보 인수 검토 사실을 공식화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롯데손해보험 인수를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신한금융도 손해보험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롯데손보 인수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신한금융은 은행, 카드, 증권, 생명보험에 비해 손해보험 부문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신한EZ손보를 보유하고 있지만 디지털 손보사 특성상 체급이 작고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롯데손보를 인수하면 단숨에 중형 손보사를 확보할 수 있다.

다만 매수자 후보가 늘어난다고 해서 곧바로 파는 쪽에 유리한 구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롯데손보와 예별손보, KDB생명을 함께 비교할 수 있다. 특정 매물에 무리하게 베팅하지 않아도 되는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롯데손보 최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지난해부터 매각을 추진했지만 높은 몸값과 자본 적정성 우려로 거래 성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시장에서는 당초 2조원 안팎으로 거론됐던 희망 매각가가 최근 1조원 수준까지 낮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자는 JKL파트너스 보유 지분 77.04%뿐 아니라 잔여 지분 공개매수와 인수 후 자본 확충 부담까지 고려해야 한다.


예별손보도 같은 흐름에 있다. 예별손보는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보 정리를 위해 예금보험공사가 설립한 가교보험사다. 앞선 매각에서는 한국투자금융지주만 본입찰에 참여해 유효 경쟁이 성립되지 못했다. 이번 재매각에서는 교보생명, 흥국화재, OK금융그룹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예보가 인수자에게 최대 1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검토하는 점도 인수 후보들의 관심을 키우는 요인이다.

다만 예별손보 역시 정상화 비용과 추가 자본 투입, 고용 승계 문제가 남아 있다. 공적자금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인수 이후 부담을 모두 해소하기는 어렵다. 사는 쪽 입장에서는 손해보험 라이선스를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확보할 수 있지만 지원 규모와 정상화 비용을 따져본 뒤 최종 판단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KDB생명 매각도 변수다. 산업은행이 매각 전 자본 확충 협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과거보다 매물 매력도가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장기 부채와 고금리 확정형 상품 부담은 여전히 인수 후보들의 판단을 좌우할 요인이다.

결국 올해 보험사 M&A 시장은 인수 후보들이 여러 매물을 비교하며 조건을 따져볼 수 있는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보험사 매물이 동시에 쌓이면서 사는 쪽의 선택지는 넓어진 반면 파는 쪽은 가격과 지원 조건을 얼마나 현실화하느냐가 매각 성사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