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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의 정관 개정과 결산 배당을 놓고 최대주주인 영풍과 고려아연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정관개정을 추진해 회사를 공동 창업한 오너일가간 신뢰를 저버린다고 주장하는 반면 고려아연은 영풍이 '독립경영' 불문율을 깨고 경영을 방해하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영풍은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고려아연의 정관개정이 경영진 개인의 사익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고 배당 축소로 주주이익이 훼손될 수 있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정관 제17조(신주인수권) 및 제17조의 2(일반공모증자 등) 조항을 변경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시 '외국의 합작법인'에게만 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의 삭제를 추진하고 있다. 상장사 97%가 실시하고 있는 상법상 표준정관에 맞추려는 의도다.
하지만 영풍은 고려아연이 신주인수권 관련 제한 규정을 삭제해 사실상 무제한적 범위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반발한다. 기존 주식 가치가 희석돼 전체 주주의 이익을 해치고 현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 유지'라는 사적인 편익을 도모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일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두 오너가문의 신뢰 관계에도 반한다고 주장한다. 영풍그룹은 1949년 고(故) 최기호·장병희 창업주가 공동 설립해 75년간 동업관계를 이어왔다. 영풍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일가가, 고려아연은 최씨일가가 독립경영하고 있다.
영풍 관계자는 "정관 작성 당시 양사의 경영진이 합의 하에 만든 정관을 한 쪽이 일방적으로 개정하려 하는 것은 비즈니스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가치인 약속과 신뢰를 깨트리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결산 배당을 전년보다 5000원 낮은 1주당 5000원으로 책정한 것도 문제 삼았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전체 주주환원율이 76.3%로 오히려 전년(50.9%)보다 늘었다는 입장이지만 영풍은 "배당성향의 분모가 되는 당기순이익이 무려 3분의 1가량 폭락하면서 마치 배당성향이 높아진 것처럼 착시 효과를 일으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려아연도 즉각 반박에 나섰다. 오히려 영풍이 말도 안되는 주장으로 경영을 방해하고 있다는 게 고려아연의 입장이다.
정관변경에 대해 고려아연은 제3자배정에 따른 신주 발행한도(액면총액 400억원)를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는 등 그 내용의 실질적인 변경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현행 표준정관에 따라 상법, 자본시장법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개정하는 것으로 제3자 배정을 통한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 배제는 경영상 목적 달성에 필요한 경우로 제한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주주의 신주인수권이 제한되거나 불리해지는 사정은 특별히 없다"고 일축했다.
'고려아연이 신뢰를 깼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72년간 최씨와 장씨 두 가문의 동업이 가능했던 이유는 고려아연은 최씨일가가, 영풍은 장씨일가가 각자 독립경영 체제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라면서 "이번 사태의 본질은 주주권익 보호가 아니라 영풍 경영진이 '독립경영 체제'라는 동업자간 불문율을 깨뜨리고 경영에 간섭하는 등 신의를 져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려아연의 배당성향이 높은 것은 착시라는 영풍의 주장에는 "제련사업은 글로벌 원자재 수급 및 제련수수료 변동에 따라 특정 기업이 아닌 제련업계 전체가 함께 영향을 받는 구조"라며 "만성적인 적자구조에 허덕이고 있는 영풍이 고려아연의 경영실적을 지적할 입장은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영풍은 별도기준 2021년 728억 적자에 이어 2022년에는 1000억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어 "영풍의 주장은 주주권익이 아니라 배당금이 축소되면 기업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영풍 경영진을 위한 것"이라 지적했다.
실제 최근 5년간 영풍의 경영실적(별도기준) 추이를 보면 매년 조단위 매출액을 내면서도 영업이익은 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2018년 300억원의 적자를 시작으로 2021년에는 728억원, 2022년에는 107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5년간 영업손실 합산 규모는 1371억원 적자다. 하지만 이 기간 고려아연으로부터 수령한 배당금을 통해 당기순이익은 2205억원 흑자를 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영풍이 배당 수익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고려아연의 안건에 반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영풍 측은 "2021년부터 환경개선 사업에 수천억원을 투자하기 때문에 적자가 발생한 것"이라며 "5개년 간 7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