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가 지난해 늘어난 가맹점수수료 수익을 얻었다. 다만 수수료율 재산정 시기가 도래해 조용한 미소 중이다./사진=이미지투데이
카드업계가 지난해 늘어난 가맹점수수료 수익을 얻었다. 다만 수수료율 재산정 시기가 도래해 조용한 미소 중이다./사진=이미지투데이

지난해 카드업계가 가맹점수수료로 6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수익을 올렸지만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전환에 따른 소비 정상화 과정일뿐 여전히 0%대 수수료율이 지속되며 사실상 적자 영업을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가운데 올해 수수료율 재산정 시기까지 도래해 카드사들은 수익성 방어에 골머리를 앓는 모습이다.

2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여전사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의 순이익(IFRS 기준)은 2조5823억원으로 전년(2조6062억원) 대비 0.9%(239억원) 줄었다.


총수익은 전년대비 3조3281억원 늘었는데 할부카드수수료수익(+7596억원), 가맹점수수료수익(+5968억원) ,이자수익(+2521억원) 등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총비용은 전년대비 3조3520억원 증가했는데 대손비용(+1조1505억원)과 이자비용(+1조1231억원) 등이 늘어난 탓이다.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법에 따라 3년마다 '적격비용'을 산정해 이를 바탕으로 가맹점수수료율을 결정한다. 적격비용은 신용카드의 자금조달비용과 위험관리비용, VAN(카드결제중개업자) 수수료 등을 포함한 결제 원가를 의미한다.

수수료율은 2007년부터 총 14회에 걸쳐 인하했으며 현재 연간 매출 구간에 따라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에는 신용카드 0.5%, 체크카드 0.25%의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된다. 이외 ▲3억원 초과 5억원 이하는 신용카드 1.1%, 체크카드 0.85%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는 신용카드 1.25%, 체크카드 1%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는 신용카드 1.5%, 체크카드 1.25%의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신용카드 가맹점 316만개 중 95.8%에 해당하는 302만7000여개 가맹점에 이같은 매출액 구간별 우대수수료율이 적용 중이다.

수수료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면서 카드사의 수익성이 우려되자 카드업계는 적격비용 폐지 혹은 재산정 주기를 3년에서 5년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적격비용은 카드사가 허리띠를 졸라매 비용을 아끼면 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고 판단되는 구조라 카드노조는 적격비용 폐지를 주장 중이다.

지난해 7월 카드노조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매번 선거 때마다 정치권의 포퓰리즘 때문에 카드수수료는 지난 14년간 총 14차례 인하를 거듭해 왔다"며 "합리적인 제도 개선을 믿고 기다린 지난 2년여 동안 카드산업은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년여 전 총파업을 유예하며 기대했던 제도개선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시 카드노동자들은 다시 투쟁의 깃발을 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금융당국도 카드업계의 속사정을 모르는 건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2022년 적격비용 제도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업계 목소리를 듣고 수수료율 산정과 관련한 합리적인 방안을 내놓는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당초 개선안 발표 시점인 지난해말을 넘겨 아직까지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오는 4월 총선 이후 적격비용 재산정과 관련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총선을 앞둔 만큼 수수료율과 관련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큰 이벤트를 넘긴 뒤 금융당국의 움직임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보통 3월에서 4월 사이 외부 회계법인을 선정하고 원가분석 및 적격비용 산출 작업에 돌입하는데 올해는 아직 이마저도 시작이 안됐다"며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만큼 수수료율을 재산정하기 보다 수수료율 조정시기를 3년에서 업계의 요구인 5년으로 늘릴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