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성중공업 R&D센터에서 열린 조선업 상생협약 중간점검 및 향후 과제 모색 보고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성중공업 R&D센터에서 열린 조선업 상생협약 중간점검 및 향후 과제 모색 보고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수년 만에 돌아온 업황에도 조선업 하청 노동자들은 근심이 가득하다. 정부와 국내 조선 3사가 추진한 '조선업 상생협약'이 도입된 지 1년이 넘었으나 원하청 이중 구조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임금을 인상하고 다단계 하청을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용노동부와 조선5사(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HD현대삼호, HD현대미포)는 '조선업 상생협약 1주년 보고회'를 가졌다.


정부는 그간의 주요 성과로 ▲임금 체불 방지를 위한 '에스크로' 도입 ▲하청 근로자 임금 7.5% 상승 ▲공동근로복지기금 출연 10억원→20억원 확대 ▲원·하청 종사자 1만5000명 증가 ▲신속한 외국인력 도입 확대 등을 꼽았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원·하청을 비롯한 상생협의체 위원들 덕분에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다"며 "법적 강제가 아니더라도 원·하청이 자율적인 노력을 통해 제도를 정립해 나갈 수 있음을 보여줬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의 발표에도 현장은 인력난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낮은 임금으로 숙련 노동자들이 떠나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유입되면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원청이 하청에 지급하는 기성금은 ▲기성 단가 ▲시수 ▲능률 등으로 구성되며, 시급과 4대 보험 같은 기성 단가에 하청이 위탁받은 작업 물량에 투입되는 노동시간과 능률 등을 고려해 책정된다.

원청은 기성 단가는 올리는 동시에 시수와 능률 등을 깎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블록 하나를 만드는 데 투입되는 시간이 8시간이라면 5~6시간만 인정하거나, 실제로 100명을 투입했는데 원청이 50명만을 근로자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조선업에 종사하는 A씨는 "원청이 마음대로 시수와 능률을 깎기 때문에 단가를 올리는 게 의미가 없다"며 "원청이 시수와 능률을 명분으로 하청업체의 기성금을 마음대로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기성 단가 상승률 자체가 작다는 지적도 있다. 평균 기성 단가 상승률은 2022년 4%, 2023년 7%씩 올랐고 올해는 4~5%가량 상승했다. 정부도 지난해 하청 노동자의 평균 임금이 7.5% 올랐다고 발표했다. 평균 시급 1만원을 받는 노동자의 임금이 7.5% 올랐다고 가정하면 한달 기준 추가로 수령하는 돈은 12만원에 그친다.

현장에선 기성금으로 책정된 시수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모자란 임금을 추가 작업 수당으로 충당하고 있다. 만약 원청이 이를 지급하지 않으면 하청업체 직원들은 임금이 체불된다.

A씨는 "지난달과 이번달만 해도 원청이 기성을 지급할 때 추가 시수를 하나도 인정해주지 않아 도장 업체들의 임금이 전부 체불될 것이란 이야기가 많았다"며 "원청 직원들의 능률은 항상 100%인데 하청의 시수와 능률은 모두 원청 마음대로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청이 하청에 각종 비용을 전가하는데 탑재와 도장 등 후공정 업체일수록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임금 체불을 막기 위해 도입한 에스크로도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에스크로는 기성금 지급 시 인건비를 에스크로 계좌에 이체하고, 하청 업체가 임금 지급 시 원청의 확인 후 지급하는 것이다. 한화오션은 2016년,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 HD현대미포 등은 지난해 상반기에 도입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상반기부터 참여할 예정이다.

에스크로는 원청이 지급하는 금액이 충분할 때 효과를 발휘한다. 원청이 각종 이유로 기성금을 축소 지급하면 하청 직원들은 제대로된 임금을 받을 수 없다.

A씨는 "조선업 상생협약이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선 하청 업체 직원들의 임금이 인상돼야 한다"며 "근본적으로는 조선업에 만연한 다단계 하청 구조를 없애야 하고 이를 위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