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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의 출범을 앞두고 규제 혁파를 촉구하는 재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장기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경영활동을 가로막는 각종 족쇄를 제거해 경제활력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는 요구다. 규제개혁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이다. 하지만 그동안 일부 재벌기업을 위한 특혜라는 비판적 시선 등에 가로막혀 혁신 활동이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규제성 법안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3월 전국 30인이상 515개(응답기업 기준) 기업을 대상으로 '2024년 기업규제 전망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들은 제21대 국회의 규제혁신 활동 점수로 100점 만점에 54.6점을 주는데 그쳤다. 혁신활동이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로 해석된다.올해 규제환경에 대한 전망 역시 어두웠다. 응답 기업의 70.2%는 2024년 기업 규제환경이 '전년과 유사할 것'이라고 답했다.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은 15.0%로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률(14.8%)과 차이가 없었다.
국내 규제환경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이 부정적인 이유는 규제법안 수가 매년 늘어나는 추세와 무관치 않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의회안 기준 지난 16대 국회에서 1912건 수준이던 규제법안 수는 17대 국회에서 6387건으로 치솟았고 ▲18대 1만2220건 ▲19대 1만6729건 ▲20대 2만3047건 등으로 증가하는 국회 회기를 거듭할수록 급증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도 이달 7일 기준 2만4999건의 규제성 법안이 발의됐다. 이는 직전 국회보다 1952건(8.4%)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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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반대와 거듭된 재고 요청에도 경영환경에 민감한 영향을 주는 규제입법들도 잇따라 시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중대재해법은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안전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법안이다. 2022년 도입됐으며 그동안은 50인 이상 사업장에만 먼저 적용됐다가 올해부터는 업종에 상관 없이 5~49인을 상시 고용하는 사업장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확대 적용을 앞두고 경영계는 상당수의 중소기업들이 제대로 된 대응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며 제도를 2년 유예할 것을 촉구했다. 정부와 여당도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2년 유예를 위한 법안 개정을 추진했지만 야당이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등의 조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법안에 합의하지 않겠다고 반대하면서 지난 1월27일부로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제도가 적용 중이다. 중소기업계는 지금이라도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을 2년 유예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질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소야대 지속… 규제 늘어날까 우려
제22대 국회가 여소야대 정국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앞서 윤석열 정권 출범 직후 정부는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신설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의장을 맡아 대대적인 규제개혁에 나선다는 계획이었지만 192석에 달하는 거여 국회의 출범으로 정부가 추진하려던 노동개혁 등 주요 규제개혁 과제가 사실상 동력을 상실하거나 폐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재계에서는 22대 국회가 경제활력 제고라는 목표 아래 규제혁파에 앞장서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이 바라는 22대 국회 입법방향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의 60.6%는 '경제활력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경제활력을 위한 중점 대책으로는 세제지원(28.9%)과 함께 민간 중심 성장을 위한 규제완화(27.8%)를 꼽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최근 국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은 22대 국회가 경영환경 개선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22대 국회에서 민간 중심의 성장을 위한 규제완화 방안이 마련되고 저출산·고령화, 성장동력 발굴 등 우리나라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다양한 법제도가 입안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규제의 경제적 영향에 대한 체계적 고려와 개선 방식의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현재 운영되는 사전적 규제심사 과정을 통해 최적 규제를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사후적 규제영향평가를 통해 정책을 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송단비 산업혁신정책실 부연구위원은 "신설·강화 예정 규제에 대한 사전적 평가 및 심사과정에서 경제·산업적 영향을 파악하기 어렵고 다수의 제도가 사전적 평가 대상에서 제외되는 현실적 한계가 존재한다"며 "산업·경제적 측면에서 효과적인 규제개선을 위해서는 사후·과학적 분석을 기반으로 비경제적 규제에 기인한 과도한 파급효과를 평가·조정, 산업활동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관련 제도 본연의 정책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첨단산업의 경우 산업경쟁력 영향이 큰 규제를 선별하고 법령 단위의 하향식 규제개선 체계와 규제영향을 보완할 수 있는 산업정책적 규제정책을 추진, 규제개선 효과를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