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대통령실 청사 전경. (뉴스1 DB) 2023.3.6/뉴스1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전경. (뉴스1 DB) 2023.3.6/뉴스1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제21대 국회가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지난 2년간 반복된 '야당 단독 법안 처리' 후 '대통령 재의요구(거부권) 행사' 그림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통령실은 28일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킨 전세사기 특별법에 관해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재의요구를 시사했다.


전세사기 특별법은 전세사기 피해자의 보증금 반환채권을 공공이 우선 매입한 뒤 먼저 보상하고 자금을 회수하는 '선(先) 구제, 후(後) 회수'가 골자다.

피해자를 보호하자는 목적에서 추진된 법이지만 실제로 시행될 경우 혼란만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 대통령실 내부 판단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뉴스1 통화에서 "선 구제를 위한 공정평가를 할 때 경매 등이 안 된 상태에서는 평가 자체를 못 한다"며 "최우선변제금만큼 먼저 보전해 줘도 나중에 회수할 수 없어 주택도시기금이 손실만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주택도시기금은 청약저축과 국민주택채권이 주요 재원인데 결국 정부재정 보조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신속하게 구제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정부재정 누수로 국민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통령실은 최우선변제금이 지역마다 달라 전세사기 피해자 간에도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점도 특별법이 안고 있는 문제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또 민주유공자법, 농어업회의소법, 한우산업법, 세월호참사피해자지원법 등 4개 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한 뒤 단독 의결했다.

7개 쟁점 법안 중 양곡관리법, 농수산물가격안정법, 가맹사업법 등을 제외하고는 모두 처리됐다.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국회를 통과한 만큼 윤 대통령으로서는 재의요구 행사 여부를 고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당장 민주유공자법만 놓고 봐도 법안 통과 직후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입장문을 통해 유감을 표명하며 대통령에게 재의요구 행사를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 장관은 "사회적 논란이 있어 국민적 존경과 예우 대상이 되기에는 부적절한 인물들이 민주유공자로 인정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반대 뜻을 명확히 했다.

여당에서도 "재의요구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건의하는 문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거부권 행사 법안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채상병 특검법에 관해 재의요구에 나서면서 취임 후 10번째 거부권 행사를 기록한 바 있다.

전세사기 특별법과 민주유공자법에 더해 추가 거부권 행사에 나선다면 '12+α'번째가 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제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날인 29일에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국회에서 넘어온 법안을 처리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21대 국회 임기가 모두 끝난 뒤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를 행사할 경우 자칫 '자동폐기'와 '제22대 국회서 재표결'로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는 탓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법안이 이송돼 오면 잘 판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