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범죄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범죄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전화 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 현금수거책으로 가담한 조직원들이 2심에서 잇따라 무죄를 선고받았다.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11일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항소4부(재판장 구창모)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50대 A씨에게 원심에서 선고된 징역 1년6개월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저금리 대환대출을 미끼로 피해자들로부터 약 8500만원을 빼앗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무역대행업체 업무로 알고 있었다고 항변했으나 1심 법원은 고액의 보수를 받은 점과 범행에 쓰인 위조문서를 직접 작성한 점을 들어 암묵적으로 공모했다고 판단, 실형을 선고했다.

2심 법원은 "현금을 직접 받게 한 뒤 이를 전달하거나 무통장입금하는 등 복잡한 과정은 쉽게 알기 어렵다"며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범행 방식이 아니고 불법 행위를 알았더라도 보이스피싱을 인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같은 피해자를 며칠 뒤 다시 찾아가 돈을 받아낸 점도 범죄 인식이 없음을 보여주는 행위로 보았다.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해 270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B씨 역시 1심에서 징역 1년2개월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B씨는 콜센터 조직원의 지시를 받아 피해자들을 만나 돈을 챙기는 수거책 역할을 맡았고 스스로 금융기관 직원인 척 거짓말을 했다. 1심 법원은 B씨가 범죄에 가담한 사실을 모르기 어려웠다고 보고 실형을 선고했다.

2심 법원은 B씨가 범행 후 지인과의 통화에서 "드라마에서 본 보이스피싱이 내가 한 것과 똑같다"고 말한 점과 이후 경찰서를 찾아가 자수한 점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다. 범죄의 고의성을 증명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형법에 규정된 사기범죄는 사람을 기망하는 행동과 이에 따른 재정적인 이득 두가지를 성립요건으로 한다. 이에 더해 재판부와 수사기관은 고의성을을 판단한다. 의도적으로 피해자를 속여 이익을 얻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면 무죄선고를 받을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고의성 여부는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해 판단된다"며 "보이스 피싱 조직원이 근로하게 된 과정, 상급자로부터 명령을 하달 받은 방식 등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