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올림픽 3연패를 일궈낸 구본길(35)은 중고대학교 10년 후배 도경동(25)에게 야단맞았을 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그것이 정상에 서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됐다고 밝혔다.
올림픽을 위해 파리에 머물 때 둘째 아들이 태어났다는 구본길은 "아들이 하나일 때는 펜싱 시킬 마음 없었지만 이제는 두 명 중 한 명은 본인이 원한다면 펜싱을 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구본길은 9일 밤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와 인터뷰에서 "이번이 올림픽 4번째 출전이었는데 가장 부담스러웠고 심리적 압박감이 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2012 런던 올림픽 때는 막내였기에 '형들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했고 2020도쿄 때는 제가 중간 역할, 분위기 메이커였는데 이번 올림픽은 맏형으로 나가는 첫 번째 올림픽이었다"며 "제 경기력도 경기력이지만 후배 멘탈도 잡아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흔들리면 후배들도 흔들린다는 그런 생각이 좀 강하다 보니 좀 압박감을 받았다"고 했다.

후배 도경동이 캐나다와의 8강전을 마친 뒤 라커룸에서 부진했던 자신을 다그친 일에 대해 구본길은 "도경동은 중·고·대학교 후배(오성중 오성고 동의대)로 제가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는 걸 보고 펜싱을 시작한 런던 키즈였다"며 "저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좀 자극을 주기 위해서 그렇게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8강전에선 심리적 압박감 때문에 제대로 못 했다. 저를 너무 잘 아는 경동이가 라커룸에서 '형, 왜 이렇게 자신이 없냐고. 자신 있게 하라'고 화를 내더라"며 "그때 마음이 많이 약해진 상태였는데 경동이 (말을 들은 뒤 ) '형이 진짜 열심히 해볼게'라고 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구본길은 "'뒤에 제가 있으니까 형은 자신 있게 그냥 하라, 져도 된다'라는 도경이 말 한마디에 4강전 첫 경기에 들어갔을 때부터 경기가 풀리기 시작했다"며 "끝나고 제가 경동이에게 '야, 너 왜 혼을 내냐'며 장난으로 말했지만 어떻게 보면 혼난 게 맞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출생한 둘째 아들에 대해 구본길은 "(출전 때문에) 첫째 때도 같이 못 있었는데, 둘째 때도 같이 못 있었다"며 부인 박은주 씨에게 미안해했다.
"아들도 펜싱 시킬 것이냐"라는 물음에 구본길은 "첫째만 있을 땐 안 시키려고 했다. 물론 아들 선택이겠지만 펜싱을 하면 아무리 잘해도 아빠 업적을 못 뛰어넘을 것이라는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 운동하고 싶다면 다른 종목을 지키고 싶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둘째가 생기고 나니 둘 중 한 명은 하고 싶다면 좀 시키고 싶은 생각은 있다"며 아들 중 한 명은 자신의 뒤를 이었으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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