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간주되던 롯데이노베이트가 도리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올해 들어 실적 악화와 함께 재무안정성 마저 떨어져서다. 하반기에도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롯데그룹의 고심이 깊어진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이노베이트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 5631억원, 영업이익 14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하는 데 그쳤고, 영업이익은 35.1%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도 2%대에 머물러 수익성은 낮았다.
현금창출력을 의미하는 지표도 악화됐다. 롯데이노베이트의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연결 기준 260억원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643억원의 순유입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기업이 본업을 통해 버는 돈으로 사업경쟁력을 가능할 수 있다.
현금흐름이 급격하게 둔화한 것은 영업활동 현금흐름 계산의 출발점인 당기순이익이 크게 줄어서다. 롯데이노베이트는 본업에서의 부진으로 올해 상반기 7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153억원) 대비 49.5% 준 금액이다.
운전자본(일상적인 경영 활동에 필요한 현금) 부담이 커진 것도 현금흐름 악화에 일조했다. 올해 상반기 운전자본 변동액은 741억원을 기록하며 현금 순유출에 영향을 미쳤다. 세부적으로 매입채무 감소가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둔화시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롯데이노베이트의 유동성도 점차 악화하는 모양새다. 신사업 투자로 현금 유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실적 악화와 더불어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현금 상당수가 운전자본에 묶이며 보유 현금 감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롯데이노베이트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95억원으로 전년 동기(1105억원) 대비 46.1% 줄었다.
유동성이 악화하는 가운데 롯데이노베이트가 보유한 총차입금은 1783억원에 달해 우려가 커진다. 이는 전년 대비 24.1% 는 수치인데, 그 중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 140억원과 같은 시점 유동성장기차입금(542억원)도 존재한다. 현재 롯데이노베이트가 보유한 유동성 자금으로는 감당하기 빠듯해 재무안정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지적이다.
악화된 현금창출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실적(수익성) 개선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롯데이노베이트가 신사업으로 추진하던 전기차 충전 사업은 최근 전기차 화재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암초를 만났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 예상되던 메타버스 사업은 2021년 메타버스 자회사 칼리버스 인수 후 적자가 계속돼 올해 상반기에도 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증권업계도 성장 동력이 부족해 하반기 실적 전망은 좋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3분기는 이연된 매출 인식으로 성장 회복 전망이나 연간 실적 감소는 불가피하다"며 "2024년 연간실적과 이를 반영한 목표주가를 모두 하향조정한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롯데이노베이트를 IT(정보기술) 구심점으로 힘을 실으려던 터라 실망이 크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월 "AI를 단순 업무 효율화 수단이 아닌 혁신 관점에서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여겨달라"며 IT 거버넌스를 강화해 그룹 전반의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을 주문한 바 있다.
롯데이노베이트 관계자는 "4분기 제예금 채권 관리 및 영업활동 증가를 통하여 상반기 대비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재무안정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이브이시스는 미국법인 설립 후 생산 라인 구축 및 전기차 충전사업 확장 중에 있어 매출 신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칼리버스는 '투모로우랜드'와 협업 등을 통해 수익 창출을 기대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