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3.10.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태권도장 수업 도중 초등학생이 골절상을 입은 사고에서, 과거 비슷한 사고가 없었고 준비운동과 안전교육이 충분히 이뤄졌다면 관장이 주의의무를 게을리했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50만 원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A 씨는 2020년 10월 5일 오후 4시쯤 자신이 운영하는 태권도장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중심잡기' 수업을 진행하던 중 안전사고 발생 우려에 대한 주의 사항 설명, 안전장치 설치 등의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진행한 수업은 높이 31㎝, 상단 지름 12㎝, 하단 지름 21.5㎝의 원탑에 올라 중심을 잡는 것이었다.
B 군은 첫 시도에서 떨어진 뒤 두 번째 시도에서 겁을 먹고 곧장 내려왔다가, 세 번째 시도에서 원탑에 오르자마자 중심을 잃고 매트 위로 넘어졌다. 이로 인해 약 3개월의 치료가 필요한 골절상을 입었다.
1심은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 씨가 어떤 주의 사항을 어느 정도 설명해야 하는지, 어떤 안전장치를 어떻게 설치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과실을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2심은 A 씨가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판단, 이를 뒤집어 벌금 150만 원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훈련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상의 위험을 상세히 미리 설명해 주지 않고 '올라가서 장난치지 마. 다쳐'라고만 주의를 줬다"며 "자세 연습을 시키지도 않고 바닥에 충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안전 매트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업무상 과실치상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A 씨가 중심 잡기 훈련을 시작한 것은 2019년 4월부터인데, 원생들이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은 적은 있었지만 B 군과 같이 골절 사고를 당한 원생은 없었다. 준비운동과 안전교육도 꾸준히 실시했다.
대법원은 또 당시 키 137㎝, 몸무게 38㎏으로 또래보다 체구가 큰 편이었던 B 군에게 원탑의 높이가 지나치게 높지 않아, 일반적으로 낙상이나 골절과 같은 중대한 부상이 발생할 위험이 존재한다고 하기 어렵다고 봤다.
태권도장에 설치된 매트 역시 학생들이 넘어졌을 때 충격을 흡수하지 못해 다칠 정도의 것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여기에 "피해자가 중심잡기 훈련을 무서워하거나 익숙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사고 전 같은 도장에서 약 1년 5개월 동안 여러 운동을 하면서도 이번 사고 외에는 특별히 부상을 당한 적이 없다"고도 짚었다.
이어 "피고인이 태권도 관장으로서 훈련의 목표 달성을 독려하고 피해자를 지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돕기도 하면서 훈련을 계속하던 중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사고가 발생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