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시가총액 100조원짜리 뷰티 기업이 나올 수 있습니다. 구다이글로벌이 그 기업이길 희망합니다."
천주혁 구다이글로벌 대표가 사석에서 자주 언급한다는 이 말은 그동안 업계에서 반신반의하는 호언장담으로만 여겨졌다. 최근 구다이글로벌이 기업공개(IPO) 주관사단을 확정하고 미국 현지 유통사 한성USA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시장의 공기가 달라지고 있다. 단순한 몸집 불리기가 아닌 글로벌 뷰티 기업을 향한 큰 그림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면서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구다이글로벌은 지난 6일 IPO 주관사 선정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상장 준비에 돌입했다. 대표 주관사로는 국내 증권사 중 미래에셋증권이 선정됐으며 NH투자증권과 외국계인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모건스탠리가 공동 주관사단에 합류했다. 구다이글로벌이 목표로 하는 기업가치는 10조원 안팎이다.
그동안 구다이글로벌의 성장세와 공격적인 M&A는 업계의 주요 화두였다. 조선미녀의 글로벌 확장과 함께 티르티르·라운드랩·스킨1004 등 성격이 다른 브랜드를 잇달아 인수하는 모습에 시각이 엇갈렸다. 일각에서는 "정체성이 다른 브랜드들을 수집하듯 사들인다"는 비판도 있었고 IPO 소문이 돌자 "몸집을 키워 엑시트(자산현금화)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다르다. 조선미녀로 디지털 마케팅 공식을 확립한 뒤 티르티르로 색조 시장 장악, 이후 인디 브랜드들을 차례차례 인수해 내수 데이터를 확보하는 등 천 대표의 M&A 과정이 글로벌 뷰티 유통을 향한 계산된 행보라고 보고 있다.
실적도 이를 뒷받침한다. 업계에 따르면 구다이글로벌의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은 약 1조7000억원, 영업이익은 7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414%, 430% 증가한 수치다.
미국 유통사 한성USA 인수… 수직계열화 완성
지난 주 인수한 한성USA는 그동안 구다이글로벌이 품은 브랜드를 미국 시장에 안착시킬 핵심 퍼즐이다. 한성USA는 코스트코, 울타뷰티, 타겟 등 미국 내 주요 리테일 채널 대응력을 갖춘 벤더사다. 메디힐, 마녀공장 등 K뷰티 브랜드와 일본 코세(KOSÉ) 그룹 브랜드의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업계 추산 인수가는 약 1000억원이다.이번 인수로 구다이글로벌의 전략이 '기획-생산-유통'을 아우르는 수직계열화임이 명확해졌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구다이글로벌의 성장세가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통망을 장착하며 기업가치 10조원에 다가섰다는 평가다.
천 대표의 IPO 목적 역시 지분 매각보다 글로벌 뷰티 패권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통상 엑시트 전략이라면 상장 직전 고난도 PMI(인수 후 통합) 작업이 필요한 유통사 인수는 꺼리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 100조원 기업을 만들겠다"는 천 대표의 과거 발언도 재평가받고 있다. 30대 청년 거상의 최종 목표가 10조원의 엑시트 대박이 아닌 '한국판 로레알'을 향해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성USA 인수로 그동안의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었다"며 "천 대표가 유통으로 업계에 발을 들인 만큼 구다이글로벌의 본업은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외형이 커지는 만큼 천 대표 1인에게 쏠린 의존도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통합 조직 컨트롤 타워와 그에 맞는 효율적인 경영 체계 구축도 시급하다.
이에 대해 구다이글로벌 관계자는 "매출 성장과 조직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법무본부장과 전략기획 본부장 등 전문 경영진 영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며 "내부 통제와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해 운영 효율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