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영업 규제와 업무 범위를 손질하면서 소비자와 중소·중견기업, 개인사업자의 금융 선택지가 넓어질 전망이다. 사진은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건전 발전을 위한 CEO 정책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가념촬영을 하는 모습./사진=뉴스1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영업 규제와 업무 범위를 손질하면서 소비자와 중소·중견기업, 개인사업자의 금융 선택지가 넓어질 전망이다. 중견기업과 개인사업자에 대한 금융공급을 확대하고 일정 요건을 갖춘 대형 저축은행에는 결제 서비스 취급을 허용하는 내용이 골자다. 동시에 자산 규모에 따라 자본·건전성·지배구조 규제를 차등 적용해 업권 안정성도 함께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저축은행중앙회장과 12개 저축은행 대표, 금융감독원 및 예금보험공사 등 유관기관, 전문가와 함께 '저축은행 건전 발전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방안에 따라 저축은행의 금융공급 대상이 중견기업까지 확대된다. 그동안 저축은행은 법적으로 서민과 중소기업을 영업 대상으로 해왔지만 앞으로는 중견기업도 포함된다. 영업구역 내 의무여신비율 산정 시에도 중견기업 여신이 인정돼 저축은행이 중견기업 대출을 취급하더라도 규제 부담이 커지지 않는다. 중견기업 입장에서는 은행권 외에 추가적인 자금 조달 창구가 생기는 셈이다.

개인사업자와 소상공인 금융 접근성도 개선된다.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에 대해 온투업법에 따른 연계투자가 허용되고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사잇돌대출 상품 신설도 검토된다. 담보력이 부족한 개인사업자나 자영업자는 중금리 자금 조달 기회가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제도상 개인사업자 신용대출과 중견기업 금융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었는데 이번 방안으로 영업 여지가 한층 넓어질 것"이라며 "실제 현장에서도 사업성 중심의 여신 검토가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역 기반 금융공급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됐다. 예대율 산정 시 수도권 대출에는 105% 가중치를, 비수도권 대출에는 95% 가중치를 적용해 비수도권 대출을 우대한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이 지방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대출을 늘릴수록 규제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다.

일정 요건을 충족한 대형 저축은행 이용 고객은 결제 서비스 선택지도 확대된다. 연속 BIS 비율 13% 이상 등 건전성 요건을 충족한 대형 저축은행은 독자적으로 직불·선불전자지급수단을 취급할 수 있다. 향후 체크카드나 모바일 쿠폰 등 결제성 상품을 자체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업무 규율체계도 기존 '부대업무' 중심에서 은행과 유사한 고유·부수·겸영업무 체계로 전환된다. 수행 가능한 겸영업무를 시행령에 규정해 저축은행이 새로운 업무를 추진할 때 법 개정 없이도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영업 기회 넓히는 대신 관리 강화…저축은행 구조 전환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영업 규제와 업무 범위를 손질하면서 소비자와 중소·중견기업, 개인사업자의 금융 선택지가 넓어질 전망이다. 사진은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이 23일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금융위워장-저축은행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업계에는 영업 기회가 확대되는 동시에 관리 책임도 커진다. 자산 규모에 따라 대주주의 지분 보유 한도를 차등 제한하는 것이 골자로 자산 20조 원 이상은 50%, 30조 원 이상은 34%, 40조 원 이상은 15%로 지분 보유 한도를 단계적으로 축소해 소유의 분산과 경영 투명성을 높일 방침이다. 또한 대주주 정기 적격성 심사를 합리화하고 결격사유에 따른 의결권 제한 등 처분 종류를 다양화해 대주주의 책임 경영을 강화한다.

회의에 참석한 12개 저축은행 대표이사들은 저축은행 규모별 맞춤형 관리체계를 통해 건전한 성장 경로가 제시됐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형사는 영업행위 규제 합리화를 계기로 포용적 금융과 생산적 금융 공급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며, 지방 중소형사는 지역 내 서민과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억원 위원장은 "이번 방안은 단기 대응이 아니라 저축은행이 중장기적 건전성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구조적 전환의 출발점"이라며 "저축은행이 책임성과 자금공급의 유연성을 갖추고 소비자에게 신뢰받는 금융업권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관련 법령과 감독규정 개정을 거쳐 제도 개선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편이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업권 안정성 강화를 동시에 이끌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