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내 금융시장을 정면으로 타격하며 코스피가 12% 폭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4일 오후 3시, 금융감독원 및 시장 전문가들과 함께 긴급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소집했다. 환율이 40원 가까이 치솟는 비상 상황 속에서 정부가 내놓은 메시지는 '신속하고 압도적인 대응'이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이억원 위원장은 "최근 중동 상황과 관련해 금융시장 안정과 실물경제 영향 최소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상황의 엄중함을 강조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이번 급락이 우리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 문제라기보다, 중동 리스크와 그간의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결합한 결과로 진단했다.
정부는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한 만큼, 이번 사태가 장기적인 하락세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시장의 공포가 실물 경제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매머드급 카드를 즉각 꺼내 들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100조 원 + @' 규모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적극 운영하는 것이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금융기관 담당자들에 대한 '즉시 면책' 카드다.
현행 시스템에서는 부실 대출 책임 우려로 위기 시 자금 공급이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 이에 정부는 고의나 중과실이 없다면 담당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함으로써, 산은·기은·신보 등 정책금융기관이 현장에서 신속하게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게다가 중동 리스크로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에 대한 '금융 안전망'도 강화된다. 산은·기은·신보를 통한 기존 대출과 보증에 대해 1년 간 전액 만기 연장을 실시한다. 이는 전날 발표된 13조3000억원 규모의 지원책에 이은 강력한 추가 조치다.
동시에 시장 불안을 악용하는 세력에 대해서도 칼을 빼 들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변동성 확대를 틈탄 시장질서 교란 행위와 가짜뉴스 유포를 면밀히 감시하고, 적발 시 무관용으로 엄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