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국들의 참전으로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정유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고유가 상황이 길어질 경우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석유 비축분 제공, 원유 구매 자금 지원 등의 대책을 내놓으며 업계 불확실성 해소에 나섰다.
5일 외신 등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국들은 이란에 군사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이란이 미국·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UAE, 바레인, 쿠웨이트 등 걸프 국가 내 미군 기지와 미 대사관을 비롯해 호텔, 에너지 시설 등 민간 시설까지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걸프국들이 전쟁에 참여할 경우 중동 전역으로 확전돼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정제마진 개선에도 정유업계 불안은 커지고 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판매가격에서 원유 구매비 등을 뺀 값으로 정유업계 수익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최근 정제마진은 배럴당 26달러를 넘어서 업계가 손익분기점으로 보는 5달러를 크게 웃돈다. 유가 상승으로 재고 자산 평가 금액도 늘었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위축돼 정제마진이 악화될 수 있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원유 운송 운임과 보험료가 치솟아 원가 부담이 확대됐다. 지난 4일(현지시각)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중동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항로 운임은 하루 49만3100달러까지 상승했다. 지난 1월 5일 기준 약 2만8700달러 수준이던 운임은 두 달여 만에 17배 이상이 됐다.
보험사들도 해상 보험료를 일제히 인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험사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적용하는 보험 프리미엄을 3% 올렸다고 분석했다. 전쟁 전(0.25%) 대비 12배 뛰었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운임과 보험료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정유업계는 자체 비축유를 활용해 단기 수급 차질에 대비하고 중장기적으론 도입처 다변화를 검토하고 있지만 여의찮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북미·중남미산 원유 역시 평소보다 높은 가격에 구매해야 해 원가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정부도 다방면으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원유·석유제품 208일분이 비축돼 있고 필요시 기업들에게 지원할 방침이다. 호르무즈 해협 이용 비중이 54%에 육박하는 나프타와 같은 수입품의 경우 수급 저하에 놓일 수 있어 국내 기업들의 수출물량을 내수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원유 등 구매자금과 긴급 운영자금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수출입은행은 '공급망기금 비상대응반'을 가동해 북미·중남미 등 중동 외 지역 원유 구매자금 지원 한도 확대 등을 추진하고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기업들을 조사해 필요자금을 신속히 지원할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 열린 임시 국무회의서 "원유, 가스, 나프타 등에 대한 긴급 수급 안정책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수입처를 다각화하는 방안을 신속하게 추진해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