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의 해외법인 매출 비중이 처음으로 전체 매출의 30%를 넘겼다. 신라면을 필두로 한 해외 시장의 성장세가 실적의 발판이 되면서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모습이다. 신라면 4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브랜드 경쟁력을 키우며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농심은 지난해 매출이 3조5143억원을 기록했다고 11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2.2%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대 매출이다. 영업이익은 1839억원으로 12.8% 증가했다. 4분기 매출은 88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63.4% 늘어난 334억원이다.
농심 측은 "내수 시장의 전반적인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중국·일본 등 주요 해외법인의 성장세에 힘입어 매출이 늘었다"며 "영업이익 증가는 2023년 가격 인하 이후 2025년 가격 환원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견조한 성장세가 전체 실적을 뒷받침했다. 지난해 해외 법인의 매출은 1조602억원으로 전년 대비 10.5% 늘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2%다. 국내 법인의 매출은 2조4542억원으로 1.0% 줄었다.
지난해 농심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를 활용한 마케팅을 이어 왔다. 지난해 8월 선보인 스페셜 패키지 제품은 100초 만에 완판됐고 연말 선보인 컵라면 3종도 사전 판매 시작 두 시간 만에 전량 매진됐다.
신라면 출시 40주년…글로벌 영토 확장 속도
농심은 올해 신라면 출시 40주년을 맞아 마케팅을 강화하며 글로벌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낸다.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고 국가별 맞춤형 전략을 통해 해외 매출 비중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초 '비전 2030'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61%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조용철 농심 대표는 2026년 시무식에서 "올해는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격변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 속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올해가 신라면 출시 40주년을 맞이하는 해라고 강조하면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낯선 땅을 끊임없이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바꾼 글로벌 노마드(Nomad) 신라면처럼 올해 농심의 글로벌 영토를 무한히 확장하자"고 당부했다.
농심은 올해 초 중국 하얼빈 '빙등제'와 캐나다 '퀘벡 윈터 카니발'과 일본 '삿포로 눈축제' 등 세계 3대 겨울축제에 참가해 글로벌 마케팅을 전개했다. 축제장에 신라면 브랜드 존을 마련하고 체험 부스를 운영하는 등 글로벌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며 신라면을 알렸다. 이달부터 일본에서 '신라면 김치볶음면' 판매를 시작하는 등 제품 라인업도 확대하고 있다.
늘어나는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생산 인프라도 확충한다. 올해 하반기 완공 예정인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 내 수출 전용 공장을 통해 유럽과 동남아 등 해외 시장을 겨냥한 수출 물량 확대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해당 공장은 약 1만1280㎡(3400평) 규모로
가동 시 기존 부산·구미공장 물량을 포함해 연간 약 12억개 규모의 수출용 라면을 생산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와 동시에 라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농심은 최근 네슬레코리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이달부터 네슬레의 커피·제과 제품 약 150종에 대한 국내 오프라인 유통을 시작한다. 네슬레는 국내 캡슐커피 시장에서 8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민생 안정을 명분으로 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최근 제분 업체들의 밀가루 가격 인하 이후 제빵 업계가 제품 가격을 낮추면서 라면 업계가 다음 가격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농심은 2023년 7월 전임 정부의 요청으로 신라면의 가격을 50원 인하했다. 그 영향으로 2024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3.1% 감소했고 지난해 3월 가격을 이전 수준으로 환원했다.
업계 관계자는 "K라면의 인기가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농심이 녹산 수출공장을 통해 공급 여력이 늘면 해외에서의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며 "환율과 국제유가 등 가격을 둘러싼 변수가 많아 쉽게 인하에 나서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