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인도한 LNG 연료추진 원유운반선의 모습./사진=삼성중공업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해상 운임 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선종별 운임 반영 양상이 엇갈린다. 유조선은 유가 상승에 따른 운임 급등으로 수익성이 개선되는 반면 건화물선은 운임 정체 또는 하락세가 이어지며 수익성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유조선 운임지수(WS)는 전쟁 직전인 지난 2월27일 225.1에서 3월20일 400.6으로 78% 올랐다. 반면 벌크선 운임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는 같은 기간 2140에서 2056으로 3.9% 하락했다. 일일 운임도 1만5000달러 수준에서 횡보하고 있다.


국제 선박유 가격이 전쟁 이전 대비 2배 이상 급등하면서 해당 해역을 운항하는 국적 선사들의 비용 부담도 크게 확대됐다. 싱가포르 저유황유(VLSFO) 가격이 톤당 500달러에서 1100달러까지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벌크선 시장은 유가 상승분을 운임에 전가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해운사별로는 건화물선 비중이 높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팬오션은 전체 선대 중 건화물선 스폿(현물) 비중이 54%에 달해 이번 운임 정체와 비용 상승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관측된다.

폴라리스쉬핑 역시 건화물선 장기운송계약 비중이 73%로 높지만 유가 변동성에 따른 원가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한 구조다. 대한해운(38%)과 에이치라인해운(60%)도 벌크 선단을 운영 중이어서 전반적인 해상 활동 위축에 따른 타격이 예상된다.


운전자본 부담도 실무적인 변수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라 화주들이 대체항을 지정하면서 중동~한국 노선 운항 기간이 기존 25일에서 최대 60일까지 늘어났다.

해운사는 항차를 시작할 때 연료비를 선급금 형태로 지불하거나 단기 신용으로 결제한다. 전쟁으로 선박유 가격이 톤당 1100달러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운항 거리가 늘어나면 초기에 투입해야 하는 유류비 규모 자체가 두 배 이상 커지게 된다.

운송대금은 선박이 목적지에 도착해 하역을 마친 뒤에야 입금되기 때문에 지출과 수입 사이의 시차가 발생해 기업이 단기 유동성을 압박받는다. 대규모 선박금융 원리금을 상환해야 하는 선사들로서는 이 같은 현금 흐름의 불일치가 재무 건전성을 위협하는 뇌관이 될 수 있다.

높은 재무레버리지 구조에서 선박금융 원리금을 상환 중인 장기계약 중심 선사들의 유동성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 국내 주요 해운사 사선대 453척 중 8척이 해협 내에 위치해 물리적 고립 리스크는 제한적이지만 재무 상태는 유의가 필요하다.

유조선과 가스선 등 비 건화물선 비중이 균형을 이룬 선사는 상대적인 수익 방어가 가능하다. SK해운은 전체 선대 중 건화물선 비중이 낮고 SK에너지, GS칼텍스 등과 장기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고유가 상황에서도 운임 보전이 용이하다. 에이치라인해운과 대한해운도 한국가스공사 등과 체결한 LNG 장기 운송계약을 통해 일정 수준의 영업이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계 실적은 유가 변동성과 대체항 지정에 따른 운전자본 관리 능력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건화물선 위주 선사들은 고비용 구조를 타개하기 위해 항로 최적화와 유류비 절감 노력을 강화하고 유조선 위주 선사들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선복 공급 부족 상황을 활용해 영업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