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세·정책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 투기성 비거주 1주택자를 겨냥해 전세대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SGI서울보증 등 보증기관의 보증을 제한해 사실상 주택을 보유한 대출자의 전세대출 통로를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7일 오전 은행권 여신 담당자들과 실무회의를 열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1일 수도권·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임대사업자의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제한한 데 이은 후속 대책 마련이다.
정부는 지난해 9·7 대책에서 1주택자의 수도권·규제지역 전세대출 보증 한도를 기존 최대 3억원에서 2억원으로 축소한 바 있다. 연소득 1억원, 기존 DSR 35%인 차주는 대출 한도가 2억원에서 1억2500만원(연 4% 금리 기준)으로 줄어든다.
금융당국은 집을 보유하고 다른 집에 전세로 거주하는 1주택자 중에서 투기 수요를 잡는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포함되지 않은 보금자리론, 디딤돌과 같은 정책대출 상품이나 총액 1억원 이하 소액 대출의 DSR 규제도 검토한다. 정부가 공적 보증을 제한하면 전세대출이 막히거나 한도가 줄어 비거주 주택을 처분하거나 실거주로 전환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비주거 확인 쉽지 않아
관건은 1주택자가 전세대출 신청 시 비주거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다. 직장 이동과 자녀 교육, 부모 봉양, 질병 치료 등 사유로 비거주 상태가 된 경우는 예외적용을 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경기로 전입신고한 287만3801명 중 약 46%는 직업과 가족 문제가 이유로 나타났다.부동산 업계는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특례'에 적용하는 거주 의무 예외 기준을 전세대출 규제에 반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법상 1가구 1주택 세금을 면제받으려면 2년 이상 주택을 보유·거주해야 하지만 직장이나 자녀 교육 등 사유에 따라 해당 기간을 채우지 못해도 비과세 혜택을 준다.
직장은 단순 출퇴근을 선호할 경우 제외되고 전근이나 이직 등 명확한 근무상의 형편이 발생하는 사례만 인정된다. 다만 직장 이동을 포함해 부모 봉양, 질병 등 불가피한 사유의 세부 기준을 어떻게 두느냐, 이를 어떻게 검증하느냐를 둘러싼 논의가 치열할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4·1 다주택자 규제 이후 시장 동향과 향후 규제 방향 등을 논의하면서 실무작업반 가동을 위한 세부 규제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잇따른 대출 규제에 오는 17일부터 다주택자의 대출만기 연장이 제한되면서 서울·규제지역에선 최대 7500가구(약 62.5%)가 매물로 풀릴 전망이다. 올해 주담대 만기가 도래하는 다주택자 보유 주택 1만2000가구(대출액 약 2조7000억원) 가운데 지난해 10·15 대책으로 규제지역에 지정된 서울과 과천·분당 등 경기 12곳 내 물량이다.
이번 4·1대책은 토지거래허가 규제를 완화해 일부 매물이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열어줬다. 무주택자가 연말까지 다주택자 매물을 매수해 허가일로부터 4개월 이내 취득할 경우 기존 임대차 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실거주하지 않아도 된다. '갭투자'(전세 낀 매매)가 일시 허용되는 셈이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고금리 상황에서 원금 상환을 감당하지 못하는 급매물이 임대차 계약 종료 시점에 맞춰 나올 것"이라며 "오는 5월9일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면 현금 유동성이 낮은 차주를 중심으로 단기 매물 출회가 늘어 가격 하락을 유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