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중동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전 국민의 소득하위 70%에 1인당 10만~6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 등이 핵심이다. 정부는 이달 중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에 1차로 지원금을 지급한 뒤 소득 기준을 마련해 다음달 중 2차 지급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국회는 10일 밤 10시10분 본회의를 열고 2026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재석 244명 중 찬성 214명, 반대 11명, 기권 19명으로 의결했다. 정부가 지난달 31일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한 지 10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일 시정연설을 한 지 8일 만이다.
이른바 '전쟁 추경'으로 불린 이번 추경은 중동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충격을 줄이고 민생을 지원하면서 산업 피해와 공급망 불안을 함께 관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핵심 사업으로는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한 고유가 피해 지원금이 담겼다. 소득 구간에 따라 1인당 10만~60만원을 주는 내용으로, 총 4조8000억원이 배정됐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사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예산 4조2000억원도 편성됐다.
농어민 지원 항목도 포함됐다. 농기계 유가연동보조금을 새로 만들고 농림·어업인 대상 면세경유 유가연동 보조금을 높이는 한편 연안여객선 유류비 부담 경감, 무기질 비료 지원 확대 등에 2000억원을 넣었다.
대중교통비 부담을 덜기 위한 K-패스 한시적 반값 할인 예산 1000억원도 반영됐다. 나프타 수급 안정을 위한 예산도 2000억원 늘었다.
여야 협상 과정에서 일부 항목은 조정됐다. 국민의힘이 문제를 제기했던 TBS 지원 예산 49억5000만원은 빠졌고, 이른바 '중국인 짐 캐리' 예산은 전면 삭감 대신 지원 대상을 중화권에서 글로벌로 넓히는 방식으로 손질됐다.
추경안은 본회의 직전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거쳐 올라왔다. 예결위는 오후 9시 소위원회와 오후 9시34분 전체회의를 차례로 열어 수정안을 의결했다. 수정 과정에서 정부안 기준 7942억원이 감액됐고 7908억원이 증액돼 전체적으로는 34억원 줄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본회의 처리 직후 "정부가 3월13일 추경 편성 작업에 들어간 뒤 오늘 확정까지 29일이 걸렸다"며 "민생과 경제 상황의 엄중함에 대해 여야, 국회와 정부가 공감하고 협조한 결과"라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11일 오전 김 총리 주재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의결 뒤 "쉽지 않게 마련된 예산이고 국회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론 낸 사안"이라며 "정부는 집행 과정에서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개혁진보 4당은 이날 본회의 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정치개혁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규탄대회를 열었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오늘 본회의에 함께 올라왔어야 할 정치개혁 법안이 국민의힘의 보이콧과 민주당의 파행으로 결국 약속한 시한을 넘기게 됐다"며 "4월10일은 거대 양당이 기득권을 지킨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