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보유할 수 있는 '목표 비중'을 늘리면서 시장이 우려했던 대규모 매도 사태를 피하게 됐다. 국민연금은 올해 목표로 하는 국내 주식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대폭 확대했다. 전략적으로 허용되는 추가 범위까지 포함하면 최대 28% 수준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최근 증시 상황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예상을 뛰어넘어 빠르게 진행된 코스피 활황으로 국민연금의 주식 보유 비중이 당초 설정된 목표치를 초과하면서 최대 170조 원 규모의 주식을 매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지분 7.8%, SK하이닉스 지분 8.1%를 보유한 '큰손'이다. 기존 비중을 맞추기 위해 두 종목을 대량 매도할 경우 증시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국민연금은 이번 결정이 시장 상황을 반영한 현실적 조치이며, 장기 투자 원칙을 훼손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증시가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구조적으로 변화하는 흐름을 반영했다는 취지다. 시장에서는 지금의 코스피 상승이 단기 과열이 아니라 기업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는 전환기의 산물인 만큼 '코리아 디스카운트' 시절에 설정된 목표 비중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에서도 증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던 2014년 공적연금의 주식 비중을 12%에서 25%로 높인 사례가 있다.
다만 이런 결정이 향후에도 반복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본연의 존립 목적은 수십 년 뒤 연금을 안정적으로 지급하는 데 있다. '장기 안정성'이라는 투자 원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증시가 급등할 때 보유 비중을 늘렸다면 반대로 하락할 때는 보유 비중을 줄여야 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 연금 수익률의 변동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재정 안정을 중시하는 전문가 모임인 연금연구회가 "향후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 그 부담은 미래 연금 세대에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한 이유다.
때로는 증시를 살리는 유연성도 필요하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어디까지나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최후의 안전판이다. 단기 시장 상황보다는 해외주식, 채권 등 적절한 포트폴리오 분산으로 꾸준하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확보해야 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결정을 설명하며 "원칙과 유연성이 조화를 이루도록 연금을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단기적 유연성이 불가피할 때도 있지만 장기적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