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합의안을 두고 계열사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사 사옥에 걸린 삼성그룹 깃발 모습. /사진=뉴스1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최종 가결됐지만 성과급 논란은 그룹 내 계열사로 번지고 있다. 호실적이 예상되는 계열사에선 삼성전자와 동일하게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반면,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는 삼성전자 적자 사업부에도 억대 보상을 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이미 임금협상을 마무리한 삼성전기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삼성그룹 계열사 내부에서는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지급안 확정에 따른 불만이 커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지급 구조다. 이번 노사 합의로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 산정 방식이 영업이익 연동형으로 바뀐 만큼 계열사들의 기준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경제적부가가치(EVA)를 기준으로 성과급을 산정해 왔다.

삼성전자보다 낮은 임금 인상률을 둘러싼 내부 불만도 나온다. 올해 임금협상에서 삼성전기는 5.9%, 삼성디스플레이는 6.2%, 삼성SDI는 4.0% 인상률에 합의했다. 삼성전자 노사가 합의한 6.2%에 비해 같거나 낮은 수치다.

움직임이 구체화한 계열사는 반도체 부품을 생산하는 삼성전기다. 그동안 꾸준한 실적 상승세를 보였음에도 OPI 지급률이 한 자릿수에 머무르며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었다. 올해 삼성전기 노사협의회는 OPI 산출 방식을 EVA의 20% 또는 영업이익의 10% 중 결정하기로 합의했고 하반기 임직원 의견 수렴 절차가 예정돼 있었다.


삼성전자 노사 합의 후 삼성전기 노조를 중심으로 기존 합의보다 높은 수준의 보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맞아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보상 규모가 충분치 않다는 논리다. 삼성전기 노조는 사측에 영업이익의 12%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선 올해 삼성전기의 영업이익을 1조 4000억~1조 7000억 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임직원 의견 수렴 절차를 먼저 진행한 뒤 노조와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의견 수렴 결과를 바탕으로 협상 테이블에서 OPI 산출 기준을 EVA로 둘지, 영업이익 연동 방식으로 전환할지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5년 연속 무분규로 올해 임금협상을 마무리한 삼성디스플레이 내부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올해 하반기 '최고 실적 동기부여 프로그램' 도입을 사측과 논의할 계획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삼성전자 DS 부문의 특별경영성과급과 같이 기존 성과급 체계와는 별개로 운영되는 제도다. 노사는 특정 수준의 사업 실적 달성 시 영업이익의 일정 수준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SDI 직원들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삼성SDI는 전기차 수요 정체(캐즘) 여파로 2년째 성과급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삼성전자 적자 사업부인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직원들은 같은 DS 부문이란 이유만으로 억대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노사 합의안에 따르면 비메모리 사업 부문도 1인당 최소 1억 원 넘는 성과급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총파업이란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이번 삼성전자 노사 합의안이 계열사 성과급 협상의 새로운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향후 노사 간 임금협상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