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브리검 영 대학교 BYU 사우스필드 경기장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앞두고 열린 대한민국과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평가전에서 프리킥을 차고 있다./ 사진=뉴스1

축구대표팀이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치른 평가전에서 트리니다드토바고를 상대로 대승을 거뒀다. 최대 변수로 꼽히는 고지대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며 본선 무대를 향한 청신호를 켰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이날 오전(현지시각 30일 오후) 미국 유타주 프로보 브리검영대학교 사우스필드에서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와 평가전에서 5-0 완승을 기록했다. 전반전 손흥민의 연속골을 시작으로 후반전 조규성과 황희찬이 득점포를 가동하며 막강한 공격력을 과시했다.


이번 경기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성패를 가를 고지대 적응을 위해 마련한 실전 모의고사다. 대표팀의 본선 조별리그 경기가 열리는 멕시코 과달라하라는 해발고도 1500m가 넘는 고지대다. 산소가 부족해 체력 소모가 극심한 환경인 만큼 미국 유타주에 사전 캠프를 차리고 현지 기후와 고도에 신체를 맞추는 데 집중했다.

대표팀은 경기 초반부터 적극적인 전방 압박으로 주도권을 쥐었다. 전반 15분 이후부터는 수비라인을 하프라인 근처까지 끌어올려 상대 진영에서 점유율을 대폭 높였다. 상대의 밀집 수비에 막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만들지 못했지만 주도권은 내주지 않았다.

전반 22분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전까지 한국의 유효 슈팅은 전반 5분 손흥민이 시도한 프리킥이 유일했다.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이번 북중미 대회부터 전면 도입하는 특별 규정이다. 하프타임을 제외하고 전후반 각각 22분이 지난 시점에 3분간 경기를 멈추고 선수들에게 수분 섭취와 체력 회복 시간을 제공한다.


자칫 공회전으로 끝날 수 있던 전반전 흐름을 단번에 바꾼 주인공은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전반 39분 오른쪽 측면에서 김문환이 찔러준 날카로운 크로스를 문전으로 쇄도하며 방향을 바꿔 첫 골을 터뜨렸다. 패스가 쇄도 방향보다 다소 뒤로 향했지만 상대 수비수와 거친 경합을 이겨내며 득점 집념을 보여줬다. 최근 소속팀인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 FC에서 정규리그 득점이 없어 겪었던 마음고생을 털어내는 귀중한 골이었다.

기세를 탄 손흥민은 단 1분 만에 곧바로 추가골을 뽑아냈다. 전반 40분 배준호가 트리니다드토바고 페널티박스 안으로 과감하게 돌파하며 반칙을 유도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손흥민은 골문 구석을 찌르는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로써 손흥민은 자신의 A매치 통산 득점 기록을 56골로 늘리며 한국 남자 축구 역대 최다 득점자인 차범근(58골)의 대기록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홍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전술 변화를 시도했다. 미드필더 김진규를 빼고 이재성을 투입했다. 골문을 지키던 조현우 대신 김승규에게 골키퍼 장갑을 넘겼다. 공수 조율 능력과 활동량이 뛰어난 이재성이 중원에 배치되면서 대표팀의 패스 전개는 한층 매끄러워졌다. 후반전 내내 공을 트리니다드토바고 진영에 가둬두고 일방적인 파상공세를 펼쳤다.

후반 초반 수비수 조유민이 발목 부상으로 쓰러져 박진섭과 교체되는 돌발 변수가 있었지만 조직력은 흔들리지 않았다. 후반 9분과 11분 손흥민이 연속 슈팅을 시도하며 공격의 고삐를 당겼다. 승기가 확실히 기울자 홍 감독은 후반 16분 조규성, 황인범, 김민재, 황희찬, 엄지성, 설영우 등 핵심 자원 6명을 동시에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본선을 앞두고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선수의 실전 감각과 기량을 점검하겠다는 의도였다.

교체 투입된 유럽파 공격수들은 곧바로 기대에 부응했다. 후반 20분 오른쪽 측면 공간을 파고든 이동경이 왼발 아웃프런트로 띄운 크로스를 조규성이 타점 높은 헤더로 정확히 맞히며 세 번째 골을 만들었다. 트리니다드토바고 수비진이 완전히 얼어붙은 완벽한 득점 공식이었다.

후반 28분에는 엄지성이 상대 골키퍼의 허를 찌르는 빠른 공간 침투 과정에서 두 번째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이를 황희찬이 골키퍼 방향을 속이고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4-0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공격을 멈추지 않은 대표팀은 후반 32분 설영우가 상대 골키퍼의 펀칭 실수를 놓치지 않고 공을 가로채 컷백을 내줬고 이를 조규성이 가볍게 밀어 넣으며 5-0 쐐기골을 완성했다.

남은 시간 대표팀은 김민재를 중심으로 견고한 수비벽을 구축하며 실점 위기 없이 안정적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90분 내내 체력 저하 없이 다득점 무실점 완승을 거두며 고지대 리허설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대표팀은 다음 달 4일 같은 장소에서 북중미 복병 엘살바도르와 두 번째 평가전을 치른다. 이후 5일 멕시코 과달라하라로 입성해 본격적인 월드컵 본선 체제에 돌입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