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 적자가 다시 확대되며 정부가 대표적인 비급여 진료 항목인 도수치료에 대한 관리 강화에 나섰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 경과손해율은 101.0%로 집계됐다. 전년(99.3%) 대비 1.7%포인트(p) 오른 수치다. 경과손해율은 보험료 수익 대비 발생손해액 비율을 의미한다. 보험업계는 통상 85%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세대별로는 3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이 120.3%로 가장 높았다. 4세대(115.1%), 1세대(102.3%), 2세대(93.1%) 등 순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실손보험 보험손익은 1조87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적자 규모(1조6200억원)보다 2500억원 늘어난 수치다.
이번 손해율 상승은 전체 보험료 수입보다 지급된 보험금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손보험 보험료 수익은 17조9649억원으로 전년 대비 10.0% 늘었다.
하지만 보험금 지급 증가 속도는 더 빨랐다. 지난해 지급된 보험금은 16조9653억원으로 전년보다 11.4% 증가했다. 이 가운데 비급여 보험금은 9조6884억원으로 전체의 57.1%를 차지했다.
특히 대표적인 비중증 치료인 근골격계 질환 관련 보험금은 지난해 2조6900억원으로 암·뇌·심혈관질환 관련 보험금(2조5500억원)을 웃돌았다. 통원 비급여 주사제 관련 보험금도 1조400억원으로 전년보다 31.9% 늘었다.
도수치료 수가 4만3850원…주 2회 제한
이같은 상황에서 보건복지부는 전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도수치료를 관리급여 대상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관리급여는 비급여 항목 중 과잉 우려가 큰 항목을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관리하는 제도다. 환자 본인부담률 95%를 적용하고 나머지 5%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다.이번 의결로 도수치료 수가는 4만3850원으로 정해졌다. 횟수의 경우 일반환자는 주 2회 이내로 제한하고 연간 총 15회를 넘지 않도록 했다. 수술 또는 골절 등으로 재활이 필요한 경우 의사 소견에 따라 연간 총 24회까지 치료할 수 있다. 오는 7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복지부 측은 "관리급여는 일부 비급여 항목의 과잉 진료 문제를 해소하고 의료 필요에 기반한 적정 진료가 이뤄지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비급여 적정 관리체계를 단계적으로 강화해 국민 의료비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실손보험 가입자 대부분이 1~4세대 상품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실손보험 손해율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도수치료는 실손보험 과잉청구와 의료 남용 논란의 중심에 있던 비급여 항목 중 하나다.
금융권 관계자는 "도수치료는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혀 온 만큼 이번 의결의 효과는 분명 있을 것"이라며 "비급여 수요가 계속 변화하는 만큼 장기적으론 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로봇수술·하이푸 시술 급증…"손해율 악화 이어져"
일각에선 도수치료 관리만으론 실손보험 적자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수치료 외에도 최근 다양한 비급여 항목에서 실손보험금 지급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지난해 로봇수술 관련 보험금 지급은 4700억원으로 전년보다 72.4% 급증했다. 이 기간 전립선결찰술과 하이푸 시술은 각각 64.6%, 46.0% 늘었다. 금감원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보험금 증가율이 각각 19.4%, 13.4%를 기록한 점도 이같은 고액 비급여 치료 확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의료기술 등 일부 고액 비급여 치료가 큰 폭으로 늘며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로 이어졌다"며 "보건당국 등 관계기관과 협력을 지속해 비급여 과잉이용 방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6일부터는 중증질환 보장에 집중하고 보험료 부담을 낮춘 5세대 실손보험이 판매되고 있다. 비급여 항목의 경우 '중증'과 '비중증'으로 구분해 보장을 차등화했다. 기존 실손 가입자는 별도 심사 없이 5세대로 전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