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샵이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AI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사진은 AI 가상 모델이 출연한 홈쇼핑 방송 화면. /사진=GS리테일

GS샵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상 모델을 홈쇼핑 생방송에 투입하는 데 이어 대본 작성과 세트 디자인 등 제작 공정 전반에 AI를 적용하며 운영 효율화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TV 시청 감소 등 업황 악화 속에서 AI가 수익성 개선의 대안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GS리테일에 따르면 GS샵은 올해 초 SS 패션 특집 방송 '블루밍 스프링' 제작 과정 전반에 AI를 적용했다. 기획 단계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봄·시작·활력·블루밍 등 시즌 핵심 키워드를 도출하고 40~60대 여성 고객층의 감성을 반영한 콘셉트를 설계했다.


AI 가상 모델 '재이'의 도입이 눈길을 끈다. 재이는 홈쇼핑 생방송에서 실제 모델이 자리를 비운 사이 의류를 착장한 채 상품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활용됐다. 자체 브랜드(PB) '분트로이' SS 시즌 방송에서는 증강현실(AR) 기술을 결합해 AI 모델이 실제 스튜디오에 존재하는 것처럼 구현했다. 같은 시즌 남성 라인 화보 역시 AI 모델로 전량 제작했다. PB 가운데 처음 시도된 사례다.

AI는 모델과 화보를 넘어 제작 공정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GS샵은 대본 작성, 세트·조명 디자인, 자막 검수 등 방송 제작 전 단계에 AI를 적용해 효율성과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제품 이미지를 전문가 수준으로 보정하거나 방송 콘셉트에 맞는 조명과 무드를 제안하는 작업에도 AI가 활용된다.

이 같은 변화는 멀티채널 환경 확대와 맞닿아 있다. TV뿐 아니라 모바일과 SNS, 숏폼 등 다양한 채널에 맞춰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면서 제작 효율성이 주요 경쟁 요소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GS샵의 1분기 AI 기반 콘텐츠 제작량은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방송 한 편을 잘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모바일과 SNS, 숏폼까지 판매 채널이 다변화되면서 하나의 상품을 위해 제작해야 하는 콘텐츠도 크게 늘었다"며 "AI는 콘텐츠 생산량을 확대하면서도 효율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AI 적용은 협력사 지원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GS샵은 지난 3월 협력사 전용 통합 시스템 'GS샵 파트너스'를 개편해 판매 실적과 고객 데이터를 대시보드 형태로 제공하는 데이터 인사이트와 GS그룹 자체 AX 플랫폼 '미소' 기반 AI 챗봇 기능을 강화했다.

전사 차원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GS리테일은 지난해 11월 기존 DX본부를 AX본부로 개편하며 AI 중심 조직 체계를 구축했다. 허서홍 GS리테일 대표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AI와 디지털 도구에 대한 투자와 활용을 지속 확대해 운영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커머스 확산과 TV 시청 감소, 송출 수수료 부담 등으로 홈쇼핑 시장의 구조적 어려움이 커진 가운데 GS샵이 AI를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AI 중심의 운영 효율화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GS샵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2.6% 증가한 297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홈쇼핑(278억원), 롯데홈쇼핑(264억원), CJ온스타일(239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AI 기반 제작 효율화가 수익성 개선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업계는 TV 시청 감소와 송출 수수료 부담으로 수익성 확보가 가장 큰 과제가 됐다"며 "AI는 비용 절감을 넘어 콘텐츠 생산 속도와 규모를 동시에 키울 수 있어 도입 움직임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AI 도입이 단순 제작 효율화를 넘어 콘텐츠 생산 방식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방송 한 편의 완성도보다 얼마나 빠르고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