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으로 올해 1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17.1% 증가한 가운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힘이 실린다. 사진은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6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개회사하는 모습. /사진=뉴스1

올해 1분기 우리 경제의 성장과 소득 지표가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보이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명목 국내총생산(GDP)과 국민소득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신현송 총재가 강조해온 긴축 기조를 뒷받침하는 재료가 추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명목 GDP는 전기 대비 10.5%, 전년 동기 대비 17.1% 증가했다. 전기 대비 성장률은 약 5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종전 최고치는 1976년 1분기의 13.0%다.


실질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8%를 기록했고, 국민의 실질 구매력을 보여주는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13.2% 증가하며 성장률을 크게 웃돌았다. 교역조건 개선으로 같은 양을 수출하더라도 벌어들이는 소득이 많이 늘어난 결과다.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1.8%로 지난 4월 발표된 속보치보다 0.1%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속보 추계 당시 반영하지 못했던 3월 일부 실적 자료가 추가되면서 민간 소비와 설비투자가 상향 수정된 영향이다.

김화용 한국은행 경제통계2국 국민소득부장은 "명목 GDP 성장률 확대는 국내 물가 급등 때문이 아니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가격 상승에 따른 것"이라며 "실질 GDP가 생산량을 나타낸다면 실질 GDI는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수출 가격이 높아지고 수입 가격이 낮아질수록 소비와 투자 재원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현재와 같은 높은 명목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 시점이 당초 예상했던 2028년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선 이번 국민소득 통계가 새로운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기보다, 신현송 총재 체제 들어 강화된 매파적 통화정책 기조를 뒷받침하는 재료가 하나 더 추가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신 총재는 최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과 BOK 국제콘퍼런스 정책대담 등을 통해 성장과 물가, 환율, 부동산 시장 흐름이 모두 긴축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경제가 강할 때는 정책 딜레마가 줄어든다"며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환율 등 모든 지표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어 통화정책 운용의 여지가 훨씬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를 보나 성장을 보나 환율을 보나 부동산을 보나 갈 길이 비교적 명확하다"며 "앞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일관성 있게 가는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통계가 한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힘을 실어줬다고 평가한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명목 GDP 증가율이 17%를 웃돌고 실질 성장세도 견조하게 나타난 만큼 현재의 거시지표는 금리 인상이라는 정책 방향과 가장 부합하는 모습"이라며 "이번 통계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힘을 실어주는 데이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과 유가 오름세가 비용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실질 성장세까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경기 과열과 물가 상승 압력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예상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데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원화 약세까지 겹치면서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을 미루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한미 금리 격차가 더 확대되면 자금 유출과 원화 약세, 수입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며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적지 않지만 물가와 환율 안정을 위해서는 긴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