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하며 추가 긴축 가능성을 시사했다.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 과열과 가계대출 증가세까지 재차 나타나면서 통화정책의 무게 중심을 물가 안정에 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신 총재는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창립 제76주년 기념식에서 "성장·물가·부동산·환율 상황은 통화정책 측면에서 비교적 명확하게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며 "5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이후 입수된 데이터도 이러한 점을 확인시켜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통화정책은 정책 변수 간 상충관계에 직면하기 마련이지만 지금은 그러한 상충이 크지 않다"며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늦지 않게 금리를 인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추가로 확인된 경제지표들이 금리 인상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신 총재는 최근 국내 경제가 글로벌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1.8%를 기록했고,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으로 명목 성장률은 10.5%에 달했다.
반면 물가 여건은 악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제유가 상승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올라섰고 근원물가 오름세도 2%대 중반으로 높아졌다"며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물가를 웃도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기대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향후에도 공급 충격의 파급 영향과 수요 측 물가 압력이 확대되면서 물가 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 공급망 정상화 지연과 기업들의 가격 인상 가능성도 추가적인 물가 상승 요인으로 지목했다.
금융안정 측면의 위험도 강조했다. 수도권 주택시장의 매매·전월세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식시장 급등 과정에서 레버리지를 활용한 '빚투'가 크게 늘었고, 이에 따라 가계대출 증가 규모도 지난 5월 들어 다시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신 총재는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는 가격 조정 시 개인의 손익에 큰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시장 변동성 자체를 확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의 높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기업 투자 확대가 원화 수요를 늘리면서 환율도 점차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주택시장과 가계부채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의 거시건전성 정책 공조를 지속하고, 다음달 예정된 외환시장 24시간 개장과 향후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 구축을 통해 외환시장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