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서울시가 전·월세 시장 불안의 원인을 두고 충돌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세 제도 축소를 "정상화 과정"으로 평가하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민 주거 사다리가 무너지는 정책 참사"라고 받아쳤다.
정부는 과거 주택 착공 감소에 따른 공급 부족과 임대차 시장 구조 변화가 근본 원인이라고 보지만 서울시는 규제 강화가 시장 불안을 키웠다고 주장한다. 국토교통부도 가세하면서 전세난을 둘러싼 공방이 확산하는 가운데 향후 주택 공급 정책을 둘러싼 협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세의 월세화 가속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둘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32% 상승했다. 이는 2015년 가을 전세대란 이후 약 10년8개월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전세 매물 감소도 뚜렷하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전세 매물은 1만9127건으로 1년 전(2만5627건)보다 약 25.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가속 중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체결된 서울 아파트 신규 임대차 계약 5만1196건 중 월세 계약은 2만7719건으로 전체의 54.1%를 차지했다. 다방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비중은 2017년 4월 65.6%에서 올해 4월 50.2%로 15.4%포인트(p) 하락했지만 월세 비중은 34.4%에서 49.8%까지 확대됐다.
이에 전세난 책임론을 둘러싼 공방도 격화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정부, 문재인 정권 부동산 실패의 빨리감기 버전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재명 정부 취임 1년 만에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무려 14.73%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대출 규제를 강화했고 토지거래허가제와 투기과열지구를 확대 지정했다. 재건축·재개발 이주비 대출을 제한했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부활시켰고 보유세 인상까지 예고하고 있다"며 "정부가 다주택자를 적으로 규정하며 압박할수록 집주인들은 집을 내놓기보다 버티기를 선택한다"며 "매물이 줄고 전세 물건은 사라지며 월세는 치솟고 있다"고 했다.
전세난은 정부 규제로 인한 임대 공급 위축의 결과라는 평가다. 오 시장은 지난 8일에도 "전세 소멸은 정상화가 아니라 정책 참사"라며 "현장의 고통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괴리된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세 소멸 현상은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 초래한 뼈아픈 결과이자 서민 주거 안정의 근간이 흔들리는 장면"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PF 위기·착공 감소 때문"
하지만 정부의 진단은 다르다. 전세 시장 변화는 단기 정책 효과가 아닌 구조 변화의 과정이라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세는 특이하게 대한민국에만 있는 일종의 사금융이다. 지금 사라져가는 추세"라며 "전세 물량이 줄어든 것은 당연하고 정상화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전세 대출을 많이 해준 것이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고 말했다.이어 11일 국토부도 설명자료를 내고 서울시 주장에 정면 반박했다. 국토부는 "서울시가 전후 맥락에 대한 고려 없이 현재의 전·월세 가격 상승 원인을 중앙정부의 책임으로만 전가하는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전·월세 가격 상승은 2022~2024년 착공 감소가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기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건설공사비 급등 등으로 주택 착공이 크게 위축됐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착공 물량은 최근 10년 평균 약 4만가구 수준이었지만 ▲2023년 2만7000가구 ▲2024년 2만2000가구 ▲2025년 2만7000가구에 머물렀다. 입주 물량으로 이어지는 준공 실적도 감소세다. 올해 1~4월 서울 준공 물량은 1만1197가구로 전년 동기보다 41.3% 줄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월세화 현상을 1인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와 전세사기 여파에 따른 시장 변화로 해석했다.
공급 공백이 이미 현실화된 만큼 단기간에 시장이 안정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공급 확대라는 큰 틀에 공감하면서도 정부는 공공주택과 매입임대를, 서울시는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통한 민간 공급을 강조하고 있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공공·민간 구분없는 공급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세시장 불안은 공급 감소와 제도 변화가 복합 작용한 결과로 어느 한 가지 원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정비사업을 포함한 공급 확대 노력이 필요하고 시장 안정을 위해 수요 관리 정책을 함께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