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과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육 교부금' 개편 공개토론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가 시도 교육청에 나눠주는 '교육 교부금'이 사상 처음 80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현행 제도는 학생 수가 급감하는데도 세수 증가에 따라 교부금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50년 넘게 유지된 배분 방식이 시대 변화에 맞는지, 장관들이 8일 공개 토론에 나선 것은 늦었지만 꼭 필요한 일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토론회에서 "고등교육, 평생교육, 영유아 교육에 대한 투자 요구가 커진다"며 교부금 제도의 개편 필요성을 주장했다. 교부금 수혜자인 일선 교육청은 초중등 교육을 담당하는데, 다른 긴요한 교육 수요도 많다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가 내국세를 걷으면 20%를 자동으로 떼서 각 교육청에 배분하고 교육감이 집행한다. 경제 성장으로 세수가 증가하면 교부금도 따라서 많아지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 10년만에 교부금 규모는 30조원 가량 순증했다.


특히 올해 76조원으로 책정된 교부금은 반도체 활황에 따른 세수 증가에 힘입어 향후 80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갑자기 교부금이 늘어나면 기존의 선심성, 복지성 지출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앞서 감사원이 시행한 실태 조사에서 서울시교육청은 입학지원금으로 960억원을 지급했고, 경기도교육청은 교복구입비로 1600억원을 나눠준 것으로 파악돼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여러 교육감이 학생들을 상대로 현금 살포성 공약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돈이 남아도느냐'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토론회에서 현행 20% 분배율의 고수를 주장하면서 "고등 교육 등은 초과 재원을 마련해 활용하는 방안에 지혜를 모으자"고 했다. 그동안 교육청은 재정에서 줄이기 어려운 고정 비용이 80%를 차지한다면서 현행 교부금 방식을 지지해왔다. 고정비는 대부분 인건비이고, 나머지는 학교 운영비와 시설 관리비 등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학생 수가 줄어드는데, 인력 운영과 시설은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는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교육 투자는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해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교부금 분배 방식은 학령 인구가 100만명이던 1972년에 도입됐다. 대규모 학령 인구에 비례해 초중고를 짓고, 교육비와 교사 채용을 대폭 늘려야 했던 시절이었고 누구도 효용성에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학령 인구가 25만명에 그친다. 첨단 인재의 양성, 고령화 사회에 맞춘 평생 교육 등 시급한 과제도 수두룩하다. 특히 초중고 1인당 공교육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약 1.7배 수준인데, 고등교육은 0.4배에 그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교부금 제도를 손질해 초중고 교육과 새로운 교육 수요를 함께 반영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교육은 미래를 위한 투자다. 그렇다면 재정도 미래를 향해 투입돼야 한다. 학생 수 감소와 첨단 인재 양성, 평생 교육 확대라는 현실을 함께 반영하는 교육 재정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