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조혁 풍력연구소장(전무)은 지난 1일 대전 유성구 풍력연구소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차세대 해상풍력터빈 기술 로드맵을 공유했다. /사진=정연 기자

"남들이 가보지 않은 차세대 터빈 개발에 도전, '기술 퀀텀 점프'를 실현하겠습니다."

지난 1일 대전 유성구 유니슨 풍력연구소에서 만난 방조혁 풍력연구소장(전무)은 차세대 대형 터빈 기술 개발 의지를 이같이 드러냈다.


유니슨 풍력연구소는 차세대 풍력발전기 개발 및 결함 해결, 성능 향상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육상풍력용 750kW 플랫폼을 시작으로 ▲2MW ▲4MW 플랫폼을 차례로 개발·보급해왔고, 최근에는 해상용 대형 풍력발전기인 10MW 시제품까지 출시하면서 총 13개 모델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 역량은 '풍력발전기 시스템 통합 설계 기술'이다. 이 중에서도 '풍력발전기 제어 기술'을 자체 확보하고 있다는 게 큰 장점으로 꼽힌다. 방 소장은 "해당 기술 덕분에 발전기 설치 현장에 최적화된 운영 방식을 제공할 수 있고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도 유연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여기에 직접 개발한 스카다(SCADA·실시간 원격 감시 시스템)도 운영 중인 만큼 향후 축적된 데이터들은 AI 연구의 핵심 자산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자신했다.

특히 'U4 플랫폼'(4MW급 풍력터빈 설계 플랫폼)은 국내 육상풍력의 한계를 뛰어넘은 유니슨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평가받는다. 플랫폼은 여러 풍력 터빈 모델 개발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개발사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집약된 핵심 요소로 여겨진다. 방 소장은 "(U4 플랫폼 이전까지는) 운송이나 설치 인프라 한계로 인해 '육상풍력 터빈 규모는 3MW가 마지노선'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며 "당사는 터빈 구성품을 과감하게 모듈화시켜 기존 2MW급 설치 인프라에서도 4MW급을 설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유니슨은 그동안 쌓아온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해상풍력터빈 기술 개발에 힘을 싣고 있다. 방 소장은 "육상풍력은 언젠가 포화 상태를 이를 것이 유력한 데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입지 조건을 고려하면 해상풍력은 필연적인 에너지일 수밖에 없다"며 "현재 10MW급 터빈 시제품을 출시한 상황으로 실증과 각종 인증 절차를 걸쳐 부유식 해상풍력 등의 틈새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술 개발 과정에서는 해상풍력 특유의 환경적 한계를 극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방 소장은 "조류·파고·염분 등 해양 환경에 최적화된 설계가 중요했다"며 "또한 육상과 달리 바다는 기상 상황이 조금만 나빠져도 유지보수 접근 자체가 완전히 차단된다"고 했다.

이어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장률이 높은 부품은 이중화해 결함 발생 시 예비 부품으로 즉시 전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고장률이 높은 기어박스를 아예 배제하고 직접구동형(Direct Drice) 구조를 적용해 정비 효율과 가동률을 획기적으로 높였다"고 부연했다. 기어박스는 날개(로터) 회전 속도를 제어하는 핵심 장치지만 잦은 마모로 인해 고장 가능성이 높은 제품이다. 이에 유니슨은 날개→기어박스→발전기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기어박스를 과감히 생략하는 전략을 택했다.

냉각 시스템 역시 제품 신뢰성을 향상했다고 한다. 방 소장은 "해상 염분·습기를 차단하는 동시에 핵심 부품의 열을 효과적으로 식히기 위해 '에어 투 워터'(Air-to-Water) 냉각 방식을 채택했다"며 "내부의 뜨거운 공기를 외부 냉수가 식혀주는 형태로, 냉각 과정에서 데워진 물도 별도 동력 없이 자연 바람으로 식기 때문에 추가적인 전력 소모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다만 최근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은 기존 10MW급에서 15MW급 터빈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에 유니슨은 차세대 초대형 터빈으로 불리는 20MW급 기술 개발에 선제적으로 착수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각오다. 방 소장은 "15MW 기술 개발을 뒤쫓는다면 결국 후발주자에 머무르게 된다"며 "15MW급 등 현 시장의 주력 모델은 글로벌 기술이전을 통해 유연하게 대응하고, 자체 개발 중인 20MW급 초대형 터빈이 완성되는 2033년부터는 순수 국산 모델을 시장에 보급할 방침"이라고 했다.

국내 해상풍력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전략적 지원도 필요하다. 방 소장이 언급한 지원책은 ▲초대형 터빈을 위한 과감한 R&D 지원 ▲현장 맞춤형 전문 인재 양성 ▲국내 공급망 생태계 보호 및 육성이 골자다.

그는 "초대형 모델 개발은 초기 비용과 리스크가 막대한 만큼 정부가 관련 사업을 국가 전략 과제로 삼고 지속적이고 과감한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며 "풍력산업이 AI 기반의 첨단 산업으로 진화하는 과정에 대학과 기업이 연계된 전문 대학원, 실무형 인재 양성 프로그램도 정부 주도로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산 부품 기반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거나 국내 항만·설치선 등 인프라에 정부가 투자하는 등 안정적인 국내 공급망도 조성해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