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전 CJ대한통운이 전국택배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5월 HD현대중공업 사내하청 사건에 이어 노란봉투법 시행 이전 사건에는 종전 법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9일 CJ대한통운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쟁점은 CJ대한통운이 노동조합법상 택배노조와 단체교섭을 해야 하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택배노조는 2020년 장시간 노동과 근무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원청인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CJ대한통운은 위수탁계약 상대방은 집배점(대리점)이고 택배기사와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없어 사용자가 아니라며 교섭을 거부했다.
이에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년 CJ대한통운이 실질적인 사용자에 해당한다며 노조 측 손을 들어줬다. 이후 1심과 2심도 배송 업무 전반에서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다며 단체교섭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CJ대한통운과 집배점 소속 택배기사 사이에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근로계약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전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실질적인 영향력만으로 원청에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CJ대한통운과 집배점 택배기사 사이에 명시적·묵시적인 근로계약 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가 구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지난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HD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조 사건에서 내놓은 법리를 다시 확인한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올해 3월 노란봉투법 시행 이전 사건에는 개정법이 아닌 종전 법리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CJ대한통운 사건 역시 노란봉투법 시행 전 발생한 분쟁인 만큼 대법원은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
다만 이번 판결이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의 교섭 의무까지 부정한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자'까지 확대했다.
CJ대한통운도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개정법이 정한 범위 안에서 택배노조와 단체교섭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개정법 시행 이전 분쟁에 한해 종전 법리를 적용한 사례라는 점에서 향후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발생하는 원청·하청 노사 분쟁과는 별도로 판단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