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하림이 학교 앞 근조화환 문화를 비판했다가 양측 진영 모두에게 거센 비난을 받은 가운데, 다시 소신 있는 일침을 가했다. 사진은 지난 2015년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에서 열린 상상 동화 음악 인형극 '해지는 아프리카' 프레스콜에 참석한 가수 하림. /사진=머니투데이

가수 하림이 서울 배재고등학교 앞에 늘어선 근조·응원 화환행렬에 대해 '꽃은 누군가를 때리는데 쓰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가 '일베' '좌파' 등으로 낙인 찍히자 재차 입장을 밝혔다.

하림은 지난 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꽃으로 하는 고약한 짓들'이라는 제목의 글을 적었다. 그는 "정치적 공격을 근조화환으로 하는 기괴한 문화가 생겼다"며 "몇 년 전 법원 앞을 지날 때 한쪽에는 근조가, 다른 한쪽에는 응원 화환이 즐비했던 기억이 있다. 그 앞을 지나면서 '꽃집 대박 났겠네' '저 쓰레기는 누가 치우나' 생각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 기형적인 유행 덕에 꽃집들은 잠시 매출을 올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길가에 늘어선 화환들에서는 꽃이 주는 기쁨이나 생명력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고약한 습성이 만들어낸 '꽃 낭비'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틀 뒤인 지난 8일 하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앞전에 쓴 글로 인해 또 DM(다이렉트 메일)잔치가 벌어졌다. 자고 나면 기사화되는 건 패턴인가. 하지만 이로 인해 또 나만의 글쓰기 캠프가 시작됐다"면서 "내 글 하나를 두고 누군가는 나에게 '일베'라 하고, 동시에 '좌파'라 손가락질한다. 이로써 나는 그들 사이에서 좌파였다가 동시에 일베가 됐다. 5.18 희생자인 외삼촌을 둔 나로서는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거리의 혐오를 걱정하고 스러져간 이들을 애도하는 마음에 대단한 명함은 필요 없다"며 "내가 '누구'라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말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라며 "저울질하는 사람들 틈에서 내가 가진 작은 추 하나를 어디에 얹느냐는 시민으로서의 자유이자 예술가로서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하림은 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했다. 'DM잔치가 벌어졌다'고 한 이유에 대해 "잔치라고 해서 큰 잔치는 아니고 DM으로 욕을 보내더라"고 설명했다. '욕하는 취지가 뭐였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하림은 "조금 신선한 건 저에게 '좌파에서 계몽된 일베'라고 하는 것이었다"며 이를 보고 "약간 '엥?'이다 싶었다"고 답했다. 이어 "'너가 왜 그런 말을 하냐' '노래나 해라' '화환은 불편하고 그 학생들이 얘기하는 건 안 불편하냐'는 등이었다"고 덧붙였다.


하림은 자신을 향한 규정에 선을 그었다. 그는 "저는 절대 일베가 아니다. 들어가 본 적도 없다"며 "그동안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위해 노래를 보태고 이주노동자·장애인·여성을 위한 무대에 여러 차례 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노래들이 닿지 못하는 세계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근조화환을 정치적 공격 수단으로 지목한 배경에 대해 하림은 "근조화환만 가지고 한 말도 아니고, 늘어선 화환을 말리겠다는 것도 아니었다"며 "어린 학생들의 등굣길에 놓인 화환을 담은 관련 뉴스를 보고 장례식장도 잘 안 와봤을 학생이 놀라겠다 싶어 한 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야구부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이 사과를 주고받는 것 같지만 거기에 숟가락 얹어서 싸움을 크게 만드는 어른들이 있는 게 아닌가 싶어 그런 이야기를 쓴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평소 거리의 화환과 정치 현수막에 문제의식을 느껴왔다. 담벼락에 글 쓰듯 쓴 것이 화제가 돼서 조금 당황스러웠다"고 덧붙였다.

하림은 외삼촌이 5·18 민주화운동 당시 군인에게 폭행을 당한 뒤 후유증으로 평생 고통받다 세상을 떠난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지난 5월 하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나는 5월 광주로 인해 오빠를 잃은 엄마의 아들이자 외삼촌을 잃은 조카다. 어릴 때는 삼촌이 왜 늘 기운 없이 누워만 있었는지 몰랐는데 뒤늦게 그 큰 트라우마를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주장한 네티즌에게 "삼촌의 삶을 무너뜨린 그 거대한 트라우마를 뒤늦게 알게 된 후, 나는 줄기차게 물어보고 있다. '왜 피해자가 입을 다물어야 했는가' '왜 당신들은 이미 법정에서도 퇴출당한 폭동론을 여전히 붙들고 있는가' 그리고 '그걸 왜 하필 유족의 눈앞에 찾아와 굳이 쏟아내고 가는가' 그렇다 이것은 명백한 2차 가해"라고 일침을 가한 바 있다.

배재고 야구부는 지난달 29일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광주제일고등학교(광주일고) 더그아웃을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의 응원 구호를 외쳐 논란이 됐다. 이 발언은 5·18 민주화운동 폄훼 마케팅으로 논란을 일으킨 스타벅스 사태가 연상된다며 비판을 받았다.

이후 배재고 정문 앞에는 야구부 학생 선수들을 비판하는 근조화환이 놓였다. 여기에 일부 보수단체가 응원화환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진영 갈등으로 번졌다. 해당 화환들은 통행 방해 등을 이유로 학부모와 시민들의 민원이 잇따르자 지난 2일 일괄 철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