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버스정류장에서 버스 탑승을 시도하고 있다. 2001년 경기 시흥시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참사를 계기로 시작된 장애인 이동권 시위가 올해로 25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단짝이 응급실에 실려 갔단 말을 듣고 콜택시를 불렀는데 4시간을 기다렸어요. 차로 20분 거리밖에 안 되는데..."
경북 경산시의 뇌병변 1급 장애인 김종한씨(51)는 지난 3월15일 일요일 저녁 8시쯤 지인이 대구의 한 병원에 실려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인도 홀로 사는 뇌병변 장애인이라 보살펴줄 사람이 없었다. 김씨는 곧바로 경북 장애인 콜택시 앱인 '부름콜'을 통해 택시를 호출했으나 주말 이용 시 이틀 전애 예약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배차를 거절당했다. 여러 차례 콜택시 업체에 연락해 사정을 설명했지만, 배차는 자정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김씨가 택시에 올라탄 시간은 다음 날 밤 12시 30분. 콜택시를 처음 호출한 지 4시간30분이 지난 뒤였다. 김씨는 "급한 일이 언제 일어날 줄 알고 예약을 하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2001년 경기 시흥시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탄 70대 장애인이 추락해 사망하면서 시작된 장애인 이동권 시위가 올해로 25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당시 지하철 선로로 내려간 장애인들은 쇠사슬로 몸을 묶는가 하면, 버스 지붕에 기어오르는 투쟁 등을 통해 2005년 장애인 이동권을 법적으로 명시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교통약자법)'을 만들어냈다. 이때부터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전국에 저상버스가 도입됐다. 그런데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이달 1일 버스 탑승 시위를 재개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 현황을 보면, 수치는 많이 개선됐지만 장애인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5년간 장애인 이동권은 얼마나 보장됐고, 여전히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동행미디어 시대'가 살펴봤다.


2001년 1월 경기 시흥시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탄 70대 장애인이 추락해 사망하자 그해 2월 6일 장애인들이 서울 지하철 1호선 서울역 선로로 내려가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사진제공=장애인이동권연대

장애인 콜택시 : "차량 초과 공급" vs "운전원 확충 필요"

'특별교통수단'으로 부르는 장애인 콜택시는 정부와 전장연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다. 장애인 콜택시는 지방자치단체가 산하 공공기관이나 민간에 사업을 위탁해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상 중증 보행장애인 100~150명당 1대 이상의 차량을 확보해야 한다. 2025년 기준 전국 특별교통수단은 5073대로 법적 의무 대비 달성률이 약 107%다. 법적으론 장애인 콜택시가 완비된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 이용자들은 "배차 시간이 1~2시간으로 길고, 심야 배차는 더 어렵다"고 호소한다. 전장연 관계자는 "지방에선 배차를 위해 최대 12시간을 기다린 사례도 있다"고 했다. 지자체 조례에 따라 장애인 콜택시를 운영하다 보니 지역 이동도 제한된다. 강원 강릉시에서 원주시로 이동하려면 일주일 전 콜택시를 예약해야 한다. 이마저도 병원 치료 목적이 아니라면 1시간 이내에 일을 마치고 돌아와야만 한다.

이 때문에 전장연은 운전원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 윤종오 진보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인 콜택시 1대당 운전원은 1.11명이다. 운전원 1명의 근로시간이 8시간인 점을 감안하면 차는 있는데 차를 운전할 운전원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운전원을 차량 1대당 2.5명 수준으로 늘려야 콜택시를 24시간 운영하며 배차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전장연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 전장연은 내년도 예산안에 운전원 인건비를 포함해 특별교통수단 운영지원비로 1217억6000만원을 반영해 달라고 요구한다. 올해 정부 지원금(약 700억원)의 1.7배 규모다.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노들장애인야학 앞에서 장애인 콜택시 운전원이 이용 장애인의 휠체어를 차에 고정시키고 있다. /사진=최혜승 기자

반면 지자체와 정부의 생각은 다르다. 서울시의 경우 장애인 콜택시는 690여 대로, 운전원 800여 명을 서울시설공단에서 직접 고용하고 있다. 심야에도 운전원 15명을 배치해 24시간 운영 체계를 이미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평균 배차 대기시간은 30분대로, 일부 1~2시간으로 늘어난 것은 콜택시 수요가 한 번에 몰리거나 출퇴근 시간 차량 정체 때문이라고 서울시는 반박한다. 정부는 장애인 콜택시 사업이 지자체 소관으로, 인건비 지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시외·고속버스 : "휠체어석 설치 불가" vs "우리에겐 없는 교통수단"

시외·고속버스는 장애인 이동권을 제약하는 대표적 교통수단이다. 휠체어가 탑승할 수 있는 시외·고속버스는 사실상 '0대'로, 휠체어 장애인에게 시외·고속버스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교통수단이나 다름없다.

시외·고속버스는 짐칸이 있고, 고속으로 운행하는 특성상 저상버스 도입이 어렵다. 현재 운행 중인 버스에 휠체어 탑승 설비(리프트)를 설치하고 휠체어석을 만다는 게 현실적 방안이다. 하지만 운수업체들은 버스 1대당 개조 비용이 4000만원 안팎에 이르는 데다 휠체어석 1석을 만들려면 일반좌석 4~6개석을 줄여야 해 영업 손실이 크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2019년 시범사업을 통해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한 시외·고속버스 10대를 도입했으나 수익 악화와 버스 고장 등의 이유로 2023년 이 사업은 중단됐다. 국토교통부는 매년 시외·고속버스에 휠체어 리프트 설치를 지원하기 위해 수억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있지만, 신청하는 운수업체가 없어 예산 대부분이 집행되지 않고 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관련 예산은 전액 불용 처리됐다.

광주·전남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025년 1일 광주 서구 유스퀘어 광장 앞에서 '시외·고속버스 리프트 도입 촉구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고 버스 탑승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뉴시스

전장연은 휠체어 장애인들이 시외·고속버스에 아예 탑승할 수 없도록 한 건 차별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2025년 11월 법원은 휠체어 장애인 3명이 광역버스 운수업체 2곳을 상대로 제기한 장애인 차별 구제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이 판결에 따라 운수업체 2곳은 내년 말부터 순차적으로 원고들이 이용 가능성이 높은 7개 노선 버스에 휠체어 탑승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문제는 다른 운수업체들이 휠체어 리프트 설치에 동참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극히 일부 구간을 제외하곤 휠체어 장애인들에게 시외·고속버스는 여전히 '가장 높은 산'인 셈이다.

저상버스 : "예외노선 불가피" vs "100% 도입하라"

시내버스는 시외·고속버스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장애인 이용이 수월하다. 전국 시내 저상버스 보급률은 2020년 27.8%에서 2025년 50.5%까지 높아졌다. 2023년부터 차령(9년~11년)이 만료된 노선버스는 저상버스로 의무 교체가 이뤄지고 있어 저상버스는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문제는 저상버스를 의무적으로 도입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노선'이다. 저상버스는 대부분 전기버스로, 전기 배터리가 지붕에 설치돼 있어 일반 버스보다 차체가 더 높다. 이 때문에 낮은 터널 등을 통과할 때 지붕이 부딪칠 위험이 있다. 또 급경사가 심한 도로에서는 저상버스 바닥이 도로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런 노선을 운행하는 버스는 지자체에 저상버스 의무 도입 '예외'를 신청할 수 있다. 현재 서울시는 25개 노선을 '예외노선'으로 인정하고 있다. 전장연은 도로를 공사하거나 대체 노선을 만드는 방식으로 예외노선을 없애 모든 시내버스를 100% 저상버스로 운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저상버스의 지역별 도입률 편차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지난해 서울시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73.6%인데 반해 ▲부산(49.9%) ▲광주(49.1%) ▲전북(47.6%) ▲대전(45.8%) ▲경기(41.8%) ▲인천(41.3%) ▲전남 (40.8%) ▲충남(39.6%) ▲경북(37.4%) ▲제주 (36.7%) ▲울산(26.9%) 등 11개 광역단체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전국 평균(50.5%)에 미치고 못하고 있다.

지하철: "서울 1역사 1동선 완료" vs "코레일 역사는 미비"

서울 지하철 1호선 용산역과 서울역 사이 남영역은 1974년 지어져 출구가 단 1개뿐이다. 이곳은 휠체어 장애인에게는 '무정차역'으로 통한다. 승강장에서 내려 역 밖으로 나가려면 휠체어 리프트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2001년 오이도역 추락사고 이후 장애인들은 휠체어 리프트를 '살인 기계'라고 부른다. 지하철 1호선 외대앞역 회기 방면 출구는 휠체어 리프트조차 없다. 역무원은 "휠체어 이용자 대부분이 이 사실을 알고 전역이나 다음 역에 내린다"고 했다.

전장연은 휠체어 장애인이 역 입구에서 승강장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1역사 1동선'을 요구해왔다. 서울교통공사는 1751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해 말 지하철 전체 역사의 1동선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운영하는 남영·외대앞·광운대·구로·한남역 등 5개 역은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다. 구로·한남역은 엘리베이터 공사가 진행 중이고, 나머지 역은 검토 단계다. 다만 역사(驛舍)가 노후한 데다 건물 구조상 나머지 3개 역에선 엘리베이터 설치가 쉽지 않다고 한다.

코레일과 전장연은 고속철도(KTX)의 휠체어석 확대를 두고도 입장 차이를 보인다. KTX 1편당 휠체어석은 5석(수동 3석·전동 2석)이다. 주말 KTX 운행 횟수 397회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했을 때 하루 휠체어석을 1985석 제공하는 셈이다. 전장연은 휠체어석을 1편당 10석으로 늘려 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장애인들이 원하는 시간대에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코레일은 휠체어석 이용률이 낮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휠체어석 연평균 이용률은 5%에 그치고 있다.

전장연, 출근길 시위 언제까지 지속할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박경석 대표를 비롯한 소속 회원들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중구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69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탑승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전장연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로터리에서 출근길 버스 탑승 시위를 재개한 데 이어 다음 날에는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지하철 탑승 시위를 진행했다.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는 지난 1월2일 중단한 뒤 6개월 만이다. 2021년 12월 시작한 이 시위로 열차 운행이 40여분간 지연되는 등 출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으면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그런데도 전장연이 다시 시위를 재개한 건 교통약자법 개정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교통약자법 전부개정안에는 ▲모든 버스·택시 휠체어 탑승 설비 도입 의무화 ▲국가·광역·기초 단위별 국가 교통약자 이동지원시스템 구축 ▲장애인 콜택시 한 대당 2.5명 이상의 운전원 확보를 위한 국가 또는 지자체 자금 지원 등 전장연의 요구사항이 대부분 반영돼 있다. 이 법안은 22대 국회 1호 법안이지만, 아직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전장연은 이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출근길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동행미디어 시대'와 만나 "이동권은 다른 모든 권리의 출발점"이라며 "이동이 어려우면 교육을 받을 수도 없고, 노동을 할 수도 없다. (시민들의) 출근길을 막고 싶은 게 아니다. 기본권을 위해 25년간 기다린 우리가 무엇을 외치고 어떻게 방치돼 왔는지를 알아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