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다이글로벌이 성장성이 입증된 브랜드를 인수해 육성하며 외형을 키우는 전략으로 체급을 키우고 잇다. 사진은 조선미녀의 맑은쌀선크림(왼쪽)과 스킨1004의 마다가스카르 센텔라 앰플 대표사진. /사진=구다이글로벌

구다이글로벌이 '한국형 로레알' 모델을 앞세워 K뷰티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시장에서 검증된 브랜드를 잇달아 인수한 뒤 글로벌 유통과 운영 역량을 결합해 성장시키며 외형을 키우는 전략이다. 단일 브랜드 중심이던 K뷰티 경쟁이 멀티 브랜드 운영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구다이글로벌은 현재 조선미녀, 티르티르, 스킨1004, 라운드랩, 스킨푸드 등을 포함해 8개의 K뷰티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 K뷰티 기업들이 단일 브랜드 중심으로 성장한 것과 달리 시장에서 검증된 브랜드를 인수하며 사업 기반을 넓혀왔다.


2015년 화장품 유통 사업으로 출발한 구다이글로벌은 2019년 조선미녀를 인수하며 브랜드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2022년 하우스오브허, 2024년 티르티르·스킨1004(크레이버코퍼레이션)·아이유닉을 잇달아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닥터나인틴을 론칭하고 라운드랩을 운영하는 서린컴퍼니 및 스킨푸드를 연이어 인수하며 현재의 멀티 브랜드 체제를 완성했다.

브랜드 인수에 투입된 자금 규모는 상당하다. 스킨1004(2456억원), 티르티르(1500억원), 라운드랩(6000억원), 스킨푸드(1500억원) 등 공개된 거래 규모만 1조1456억원에 달한다. 조선미녀와 하우스오브허, 아이유닉 등의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아 실제 투자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화장품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일 브랜드만으로는 장기간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책임판매업체는 2015년 6422개에서 지난해 2만8412개로 10년 새 4배 이상 늘었다. 시장 참여자가 늘고 소비 트렌드 변화 주기가 짧아지면서 단일 히트 브랜드만으로는 장기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운 구조로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이에 구다이글로벌은 브랜드를 처음부터 육성하기보다 성장성을 입증한 곳을 인수해 글로벌 시장에 안착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제품군과 주력 시장이 서로 다른 브랜드를 확보해 성장 동력을 다변화하고 글로벌 운영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유망 브랜드를 인수해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방식이 로레알과 닮았다는 점에서 '한국형 로레알' 전략으로 불린다.

이러한 전략은 실적으로 나타났다. 구다이글로벌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조4717억원으로 전년 대비 29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734억원으로 98% 늘었다. 매출의 8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했으며 지역별로는 미주 3510억원, 일본 1708억원, 기타 6924억원 등 고르게 분산됐다. 특정 브랜드나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며 안정적인 구조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개별 브랜드의 성과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미국 아마존 프라임데이(6월23~26일)에서 스킨1004와 조선미녀가 스킨케어 베스트셀러 10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라운드랩, 티르티르 등은 선케어·클렌징오일·세럼 등 세부 카테고리에서 상위권에 오르며 포트폴리오 전반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인수 이후 시너지 역시 확인된다. 지난해 편입된 라운드랩은 이번 프라임데이 기간 매출이 전년 대비 48.4% 증가하며 역대 최대 일매출을 기록했다. 행사 기간 출시한 신제품 2종도 모두 품절됐다. 라운드랩의 제품 경쟁력에 기존 브랜드를 통해 구축한 현지 유통·마케팅 기반이 더해져 효과가 두드러진 것으로 풀이된다.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갖춘 구다이글로벌은 최근 유통과 운영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초 미국 주요 리테일 채널에 K뷰티 브랜드를 공급해온 B2B(기업간거래) 유통사 한성USA를 인수했다. 지난달에는 구창근 전 CJ올리브영 대표를 영입해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기업공개(IPO)를 위한 역량 고도화 작업으로 보고 있다. 구다이글로벌은 기업가치 10조원을 목표로 코스피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멀티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유통과 조직 역량까지 내재화해 장기적으로는 브랜드와 글로벌 유통을 아우르는 'K뷰티 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과정이라는 분석이다.

구다이글로벌의 사례는 K뷰티 전략 변화의 신호탄으로도 해석된다. 과거에는 히트 브랜드나 제조 경쟁력이 성장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여러 브랜드를 발굴·인수한 뒤 국가별 유통망과 마케팅, 운영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시장에 안착시키는 능력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히트 브랜드 하나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여러 브랜드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키울 수 있느냐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며 "앞으로는 구다이글로벌처럼 검증된 브랜드를 확보한 뒤 글로벌 유통망과 운영 역량을 결합하는 모델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