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6월14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군인들에게 경례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국방부가 미래전 대비 등을 명분으로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폐합을 추진 중이지만, 미국·중국 등 군사강국들은 여전히 '분리형' 사관학교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중 양국은 공통적으로 각군 사관학교 단계에서 군별 전문성·정체성을 기르고, 합동성은 국방대 등 상위 과정을 통해 확보하는 체계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2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국군사관학교 관련 질의를 받고 "(국군)통합사관학교 창설을 통해 군 교육, 국방 허브로서 발전시키는 계획을 짰다"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더 좋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의 당정협의에서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폐합한 4년제 국군사관학교를 대전 자운대에 창설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우주·사이버·전자기 스펙트럼 등 미래전에 대비할 수 있는 통합사관학교 체계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국방부는 당초 1·2학년은 통합사관학교에서 공통 교육을 받고 3·4학년은 각 군을 선택한 뒤 따로 교육을 받는 '2+2' 방안도 검토했으나 교육의 연속성과 작전의 통합성 등을 고려해 4년제 방안에 무게를 싣고 있다. 연내 입법으로 내년 예산이 반영되면 1949년 3군 사관학교 체제 완성 이후 유지돼 온 분리 양성 체계가 77년 만에 바뀌게 된다.

그러나 해외 주요 군사강국들은 대부분 분리형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육군 장교를 양성하는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와 해군·해병대 장교를 양성하는 해군사관학교(아나폴리스), 공군·우주군 장교를 양성하는 공군사관학교를 각각 운영한다. 1802년 웨스트포인트 설립 이후 220년 넘게 군별 양성 체계를 지켜온 셈이다.


세계 최강의 합동작전 능력을 갖춘 미군은 합동성 교육을 사관학교가 아닌 임관 후 상위 교육과정에서 담당한다. 핵심 장치는 1986년 제정된 골드워터-니콜스법이다. 이 법은 장성 진급을 원하는 모든 장교가 타군과 함께 근무하는 합동 보직을 상당 기간 거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합동교육도 임관 후 국방대와 육·해·공군대학 등 상위 과정에서 이뤄진다. 사관학교 통합 없이 인사제도와 합동교육으로 합동성을 확보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025년 9월3일 오전 '항일(抗日)전쟁·반(反) 파시스트 전쟁승리 80주년' 기념 열병식(군사 퍼레이드)에 앞서 '훙치'에 탑승한 채 군을 사열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2015~2017년 시진핑 국가주석 주도의 군 개혁 당시 군관 양성기관인 원교(院校)를 대대적으로 개편했지만 방향은 통합이 아닌 군별 재편이었다. 과거 총참모부 등 4총부와 대군구(大軍區·한국의 과거 1·3군사령부와 유사한 권역별 군사령부)가 관할하던 원교들을 육·해·공군 등 각군 산하로 이관해 군별 인재를 직접 육성토록 관리 체제를 정비한 것이 골자다.

중국 역시 합동작전 지휘관은 초급 양성기관이 아닌 최고 군사학부인 국방대에서 기른다. 국방대는 시 주석의 군 개혁을 거치며 육·해·공군을 아우르는 합동작전 지휘관 양성을 핵심 기능으로 삼았다. 미국과 중국 모두 사관학교 단계에서는 군별 전문성을 기르고 합동성은 상위 교육과정에서 확보하는 이원 구조인 셈이다.

김세진 미래생각 사무총장(육군사관학교 67기·예비역 소령)은 이날 '동행미디어 시대'(이하 시대)와의 통화에서 "미국·프랑스·독일 등 군사강국들은 물론 우크라이나와 중국·러시아·이란·중국·북한도 분리형 사관학교 체계를 유지한다"며 "정부는 국군사관학교 통합으로 전투력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근거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은 육군 장교를 샌드허스트 왕립육군사관학교에서, 해군 장교를 브리타니아 왕립해군사관학교에서, 공군 장교를 RAF 크랜웰에서 따로 교육한다. 프랑스 역시 육군 장교 양성기관인 생시르와 해군 장교를 교육하는 에콜 나발, 항공우주군사관학교를 분리 운영한다. 독일도 육·해·공군 장교학교를 각각 두고 군별 특성에 맞는 교육을 하고 있다.

한국전쟁 참전 22개국 육·해·공군사관학교 통합·분리 현황. / 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반면 통합형을 택한 나라는 캐나다, 호주, 네덜란드, 벨기에, 스웨덴 등 병력 10만명 이하 소규모 군대를 가진 국가가 대부분이다. 캐나다가 6만8000명, 호주가 5만7000명, 네덜란드가 4만4000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고 벨기에와 스웨덴은 각각 2만6000명 수준이다. 약 45만명 규모의 상비군으로 북한과 대치하는 한국의 안보 환경과는 조건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통합형이 소규모 군대만의 선택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약 23만명 규모의 자위대를 운용하는 일본은 방위대에서 육·해·공 자위대 간부 후보생을 4년간 함께 교육한다. 통합 교육으로도 일정 수준의 전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방부가 근거로 들 수 있는 대표적 사례다.

조상근 카이스트 국가미래전략기술정책연구소 교수는 이날 시대에 "일본은 자위대라는 정치적 특수성이 있고 유럽 국가들도 군 규모가 작아 효율성을 고려한 것"이라며 "한국이 참고해야 할 모델은 미국 등 대규모 군대에 가깝다"고 말했다.

반면 조용근 경남대 군사학과 교수는 "사관학교는 학생 수와 교수진 규모가 제한적인 만큼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방향의 개혁은 필요하다"며 "통합을 통해 교수진과 시설을 확충한다면 교육의 질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3·4학년에서 각 군의 전문교육을 충분히 실시한다면 전문성은 크게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공방보다 교육 효과와 군 전력, 해외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