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2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재산분할금으로 944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가사1부(이상주 부장판사)는 24일 오후 2시 열린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9440억 원 및 이 판결 확정일부터 갚는 날까지 5% 이자를 계산해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소송 비용은 각자 부담해야 한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1988년 결혼해 세 자녀를 뒀지만 최 회장이 2015년 혼외자의 존재를 알리면서 대외적으로 두 사람의 갈등이 알려지게 됐다. 이후 최 회장은 2017년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했으나 합의에 실패하자 정식 소송을 제기했다.

노 관장은 이혼을 거부해오다 2019년 12월 위자료 3억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지주사 SK의 주식 1297만5472주 중 648만7736주를 분할해 달라는 내용의 맞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2022년 12월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을 특유재산으로 판단해 분할 대상에서 제외한 채 부동산과 예적금 등 규모의 재산만을 분할 대상으로 인정, 최 회장이 노 관장에 1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고 665억원 규모의 재산을 분할하라고 판결했다.


2024년 5월 2심 재판부는 노 관장의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불법 비자금 300억원이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에게 전달돼 회사 성장에 기여했다고 판단해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포함했다. 이로 인해 분할 대상 재산 규모가 4조원 가량으로 늘었고 노 관장의 분할 비율을 35%로 책정해 현금 1조3808억원을 재산분할액으로 선고했다. 위자료 역시 2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의 자금이 SK에 유입됐다고 가정하더라도 불법 비자금은 법의 보호영역 밖에 있으므로 이를 재산 기여로 인정한 2심 판결에 오류가 있다고 봤다. 이에 이혼 여부와 위자료 20억원 등은 그대로 확정한 채 재산분할 규모만 다시 산정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의 판단대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노 관장의 기여로 보지 않았고 재산분할비율 산정에서 제외했다. 다만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은 분할대상 재산에 포함해 3분의 1을 노 관장에게 줘야한다고 판단봤다. 주식 가액 산정 시점은 파기환송 전 항소심 변론종결일로 잡았다.

재판부는 "(최 회장의)보유 주식은 혼인기간 중 반소피고 명의로 취득한 재산으로 최 회장과 노 관장 모두가 그 형성이나 가치의 유지 및 증가에 기여했다고 인정된다"며 "혼인기간 중 반소피고의 경영활동으로 반소피고 보유 주식의 가치가 크게 증대됐고 여기에는 노 관장의 가사 및 양육, SK그룹에 관한 대외적 활동이 기여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