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이 미국 법인의 흑자 기조를 바탕으로 해외사업 수익성을 끌어올리며 유럽 시장 개척에 나선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풀러튼 공장에서 포장 두부가 생산돼 있다. /사진=풀무원

풀무원이 해외사업 수익성 개선에 힘입어 유럽 시장으로 무대를 넓힌다. 주력 해외 시장인 미국 법인이 흑자 기조에 올라서면서 해외사업의 흑자 전환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신규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면서 해외사업의 무게중심이 회복에서 확장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라면 중심으로 성장해 온 K푸드 품목이 간편식 등으로 넓어지는 가운데 풀무원이 유럽 시장에서도 성과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풀무원의 올해 1분기 해외식품제조유통 부문 영업손실은 3013만원이다. 전년 동기 53억원대에 달했던 적자 폭을 크게 줄이며 사실상 손익분기점 수준에 근접했다.


실적 개선은 미국 사업이 주도했다. 올해 1분기 미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 늘어난 1362억원을 기록했다. 미국 법인은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어 올해 연간 기준 첫 흑자 달성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중국 법인도 매출이 16.3% 성장한 327억원을 올리며 실적을 뒷받침했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는 미국 흑자 전환, 중국 실적 성장, 일본 적자 축소에 따른 연결 영업이익 개선을 전망한다"며 "미국 법인의 경우 2025년 하반기부터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2026년 연간 흑자 전환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미국 사업 회복의 기반에는 두부 시장에서 확보한 지위가 있다. 1991년 한국 교민 시장을 중심으로 미국에 진출한 풀무원은 2016년 현지 두부 브랜드 '나소야'를 인수했다. 이후 단백질 함량을 높인 하이 프로테인 두부, 단단한 식감을 강조한 슈퍼 펌 두부, 시즈닝 두부와 토핑용 큐빅 두부 등 현지 식문화에 맞춘 제품을 선보였다. 지난해 미국 두부 매출은 역대 최대치인 2242억원을 기록했으며 11년째 미국 두부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발판으로 유럽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풀무원은 지난해 하반기 네덜란드에 유럽 지역 판매와 유통을 담당하는 법인을 설립했다. 식물성 지향 식품과 아시안 누들, K간식 등을 중심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3월 두부 생산시설을 증설한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인근 아이어 공장의 생산 물량 일부가 공급될 예정이다.

유럽 시장에서 제품 경쟁력은 일부 확인됐다. 2024년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시알 파리'(SIAL Paris)에서 참가 K푸드 기업 중 가장 많은 6개 제품이 '시알 혁신상 셀렉션'에 선정됐다. 지난해 10월 독일 쾰른에서 열린 '아누가 2025'에서도 두부와 김치, K간식 등 주요 제품을 소개하며 접점을 넓혔다.

시장 환경 역시 우호적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유럽 두부 시장 규모는 2023년 2억8100만달러에서 2028년 3억8500만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채식 수요 확대와 현지 K푸드 수요가 맞물리면서 풀무원이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긍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풀무원 관계자는 "미국법인이 주력 품목인 두부와 면류 판매 확대 및 전략 채널의 외형 확장을 통해 매출 성장을 지속적으로 달성하고 있다"며 "미·중·일 국가별로 주력 제품뿐만 아니라 K푸드 제품으로 확장해 전체 해외사업의 성장 및 수익성 개선을 지속적으로 달성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흐름과 맞물려 풀무원이 올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1000억원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법인의 흑자 기조와 중국 법인의 성장세가 해외 식품 제조유통 부문의 적자 축소를 이끈 가운데 유럽 시장 공략이 본격화되면 해외사업이 전사 실적 개선에 기여하는 구조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풀무원의 해외사업이 수익성 개선을 바탕으로 신규 시장 개척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에서 쌓은 노하우를 유럽으로 확장해 해외사업의 지역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중장기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라면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온 K푸드가 두부와 아시안 간편식 등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라면이 K푸드 수출의 증가세를 견인하는 가운데 주요 식품기업들은 품목을 다변화하며 차세대 K푸드 품목을 육성하고 있다. 기존 한식 소비층뿐 아니라 간편식과 고단백 식품을 찾는 현지 소비자까지 겨냥해 제품군을 확대하는 흐름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외 소비자가 찾는 품목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며 "라면처럼 대중성이 검증된 제품뿐 아니라 두부, 냉장면, 간편식 등 현지 식문화와 접점을 만들 수 있는 제품이 새로운 성장 품목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