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강경 보수파 정치인 게이코 후지모리(51)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28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후지모리가 페루 대통령에 취임해 5년의 임기를 시작했다. 아르헨티나·칠레·에콰도르·볼리비아·파나마 등에 이어 페루에서도 보수 성향 지도자가 연속 집권하는 일명 '블루 타이드'(보수적 물결)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후지모리는 독재자로 평가받는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이다. 알베르토 후지모리는 일본계 페루 이민자 2세로 1990~2000년 집권했다. 1992년 친위 쿠데타를 통해 의회를 해산시켰고 헌법 강제 개정, 언론 장악 등의 부정을 저지르며 정권 연장에 전념했다. 이후 일본과 칠레에서 정치적 부활을 꾀했으나 2007년 페루로 송환돼 수감 생활을 했다. 이후 2024년 86세로 사망했다.
후지모리는 네 차례의 대선 출마 끝에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선 좌파 성향 후보인 로베르토 산체스를 약 4만9000표(0.27%p) 차이로 제쳤다. 이로써 페루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배출됐다. 부친과 함께 부녀 대통령 세우게 됐다.
이날 페루 리마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후지모리는 "페루는 불안정, 부실한 통치, 국민의 불신으로 피폐해진 상태"라며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기업 환경을 개선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하겠다"고 말했다.
후지모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협력할 여지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마약 카르텔에 대응하는 중남미 국가 연합체인 '아메리카의 방패'에 페루가 참여하는 데에도 관심을 드러냈다.
취임식에는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크리스토퍼 랜도 미 국무부 부장관,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칠레 대통령, 로드리고 파스 볼리비아 대통령 등이 참석했다.
산체스가 속한 정당 '함께하는 페루'의 의원들은 후지모리의 연설을 거부하며 의회를 떠났다. 좌파 활동가 수백명과 여러 시민단체는 리마 중심가에서 취임 반대 시위를 벌였다. 산체스는 대선 투표 집계 방식에 부정행위가 있었다며 이의를 제기했으나 선거 당국은 그의 주장을 기각했다.
페루의 정치평론가 제프리 라진스키는 "허니문 기간을 가질 여유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후지모리는 그를 믿지 않는 폭넓은 계층의 신뢰를 얻고 국민의 높은 기대에도 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후지모리가 속한 여당 민중의 힘은 30년 만에 양원제로 복귀한 의회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데 실패했다. 지난 26일 의회 구성 투표에서 여권 연합이 상원 의장직을 확보했으나 하원 의장은 야권이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