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마지막 주 코스피 지수는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크게 흔들렸다. 투자업계에서는 AI 반도체 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함께 중국 창신메모리의 IPO(기업공개)가 시장의 공포감을 과도하게 자극했다고 분석한다.
지난 27일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상하이증권거래소의 '과창판'에 상장됐다. 과창판은 2019년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에 개장한 과학기술 기업 중심의 시장으로 '중국의 나스닥'이라고 불린다.
창신메모리는 당초 66억8800만주를 발행할 예정이었지만 높은 경쟁률에 15%를 추가해 76억9100만주를 발행했다. 공모가가 8.66위안이었음을 감안하면 총 666억위안(약 15조원)을 조달했다.
높은 관심을 모은 창신메모리는 상장 첫날 흥행에 성공했다. 시초가가 49.5위안에 형성되며 공모가 대비 472% 급등했고 장중 55위안까지 올라갔다. 첫날 49위안에 거래를 마치며 시가총액 1위를 달성했다. 이날 시총은 3조2800억위안(약 711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나스닥에 상장된 인텔의 4656억달러(약 683조5000억원)도 제친 것이다.
창신메모리의 급등에 경계심도 커졌다. 창신의 상장 다음날인 28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3.39% 급락했다. SK하이닉스 역시 14.65% 급락했다. 시총 대장주 두 회사가 급락하자 코스피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이날 코스피는 10.84% 급락한 6023.66에 장을 마쳤다.
급락은 또 다른 하락을 불렀다. 29일 코스피는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피 시장 개설 이후 최초였다. 이날 코스피는 한때 5262.77까지 밀리며 6000선을 내준 것은 물론 5000선까지 위협받았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8일의 주가 하락은 미국발 AI '순환금융' 우려와 중국 창신메모리의 상장에 따른 경계감으로 해석된다"면서도 "29일 하락은 주가 급락이 급락을 부르는 형국으로, 장중 6000선이 무너지자 급격한 매도세가 쏠리며 '패닉 셀'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창신메모리 공포, 과도하게 반영…극단적 공포 상당 부분 반영, 패닉셀 자제해야"
문제는 코스피 하락폭이 지나쳤다는 점이다. 창신메모리는 거대한 중국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한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이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비하면 실적도, 시장 점유율도 비할 바가 아니다.
창신은 AI 반도체 사이클을 타고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임은 맞다. 미래에셋증권은 창신메모리의 2026년 예상 실적으로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01% 급등한 2850억위안(약 62조원), 영업이익은 1601% 급등한 1809억위안(약 39조원)을 제시했다.
회사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성장에 더해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을 늘리려 한다. 창신은 2026년까지 월간 웨이퍼 생산능력을 35만장, 2030년까지는 60만장까지 확대하며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수급을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문제는 이를 감안해도 시장이 창신의 시장 경쟁력을 과도하게 고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30일 에프엔가이드 기준 삼성전자의 2026년 매출액 시장 전망치는 732조3099억원, SK하이닉스의 예상 매출액은 352조2659억원에 달한다. 창신메모리의 최소 5배에서 최대 10배가 넘는다.
시장 점유율 역시 마찬가지다. 업계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RAM 시장 합산 점유율은 67%에 달한 반면 중국 창신은 8%에 그쳤다. 그럼에도 시총 차이는 급격히 줄었다. 지난 29일 장 마감 기준 삼성전자의 시총은 1218조9490억원이며 SK하이닉스의 시총은 1023조4198억원이었다. 반면 같은 날 창신메모리 시총은 약 796조1204억원 수준이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와 창신메모리 시가총액 격차는 1328억달러(약 19%) 수준에 불과한데 두 회사의 사업 체급과 점유율을 고려할 때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술력과 수익성, 고객 기반을 감안하면 정상적인 펀더멘털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시장이 필요 이상으로 중국 반도체 시장을 고평가했고 이에 따른 공포 심리가 주식 시장을 끌어내렸다는 진단이다. 그는 "시가총액이 이렇게까지 근접했다는 것은 중국 반도체에 대한 기대감이 과잉 반영됐기 때문"이라며 "반대로 국내 반도체 종목은 공포감이 수급 효과와 함께 극단으로 치우쳤다"고 판단했다.
다만 곧 공포감이 잦아들면 시장은 안정감을 찾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시장은 여전히 AI 투자 지속성과 중국 반도체 경쟁력을 예민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극단적인 공포는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됐기 때문에 공포에 휩쓸려 주도주를 던지기보다는 반도체와 낙폭이 컸던 성장주를 차분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