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7월29일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낸 KT에 과징금 540억여원을 부과했고 조사 착수 전 서버를 폐기해 증거를 은닉·폐기한 의혹이 있는 LG유플러스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그래픽=챗GPT

정부가 KT와 LG유플러스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처분을 내렸지만 현행 제재 체계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KT는 침해 사실과 조사방해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과징금 540억원에 그쳤고, LG유플러스는 조사 착수 전 서버가 재설치·폐기되면서 과징금 산정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기업의 책임 경중보다 증거 확보 여부에 따라 제재 수위가 달라지는 구조적 허점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제15회 전체회의에서 개인정보보호법상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KT에 과징금 539억7900만원과 시정명령·개선권고·공표명령을 의결했다. 조사 과정에서 거짓 자료를 제출하는 등 조사를 방해한 행위에 대해서는 KT 법인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조사 결과 불법 펨토셀(초소형 이동식 기지국 장비)을 통해 이용자 1만6647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이 가운데 368명은 약 2억4000만원의 무단 소액결제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개보위에 따르면 KT는 2024년 3월 서버가 악성코드에 감염된 사실을 인지하고도 관계기관에 신고하지 않았다. 2025년 4월 SK텔레콤 유출 사고를 계기로 서버를 전수 점검하는 과정에서는 침해가 발생한 서버 10대의 로그(접속기록)를 삭제했다. 조사 초기에는 보존 자료가 없다고 진술했고, 디지털포렌식으로 로그 삭제 정황이 확인되자 진술을 번복하고 별도 보관하던 자료를 제출했다.

제재의 실효성을 두고는 의문이 제기된다. 개인정보보호법상 과징금 상한은 위반행위 관련 매출액의 3%다. 개인정보위는 KT의 5G·LTE 서비스 매출을 산정 기준으로 삼았다. 최근 3년 무선서비스 연평균 매출 약 6조6689억원을 단순 적용하면 법정 상한은 2000억원 안팎인데 실제 부과액은 상한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유심 정보 유출 사고를 낸 SK텔레콤의 과징금 약 1348억원과 비교해도 40% 수준이다. KT의 2025년 연결 매출 28조2442억원을 기준으로 하면 0.19%에 해당한다. 조사방해에 대한 처벌 역시 개인정보보호법 제73조에 따라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그친다.

LG유플러스는 과징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회사는 지난해 7월 정부로부터 서버 계정권한관리시스템(APPM) 해킹 정황을 전달받은 뒤 관련 서버를 재설치하고 일부 서버를 폐기했다. 개인정보위 조사는 이후인 9월10일 시작됐다. 서버가 사라지면서 침해 경로와 추가 유출 규모를 확인하지 못했고 위반 사실과 규모를 특정할 물증도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과징금을 산정하지 못한 채 공무집행방해 혐의 수사의뢰에 그쳤다. 조사 착수 이전 증거를 없앤 행위는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상 조사방해 규정 적용 대상도 아니다.


LG유플러스에 적용된 위계공무집행방해죄는 입증 문턱이 높다. 대법원은 단순한 허위 행위만으로는 부족하고 위계로 인해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현실적으로 방해되거나 곤란해졌다는 결과까지 입증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수사기관이 고의성과 공무집행 방해 결과를 모두 입증해야 하는 만큼 실제 처벌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는 평가다.

개인정보위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조사 이전 증거 은닉·폐기에 대한 제재가 부족한 '규제 사각지대'를 인정했다. 조사 비협조나 시정명령 미이행 시 일 매출액 0.3%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침해사고 발생 시 자료보전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은 지난 2월 국회에 발의돼 논의 중이다.

조사 착수 전 증거를 은닉·폐기한 경우 형사처벌하고 전체 매출액의 3%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 신고포상금 도입도 추진 대상이다. 오는 9월11일부터 반복적이거나 중대한 개인정보 침해에 전체 매출액의 최대 10%를 부과하는 징벌적 과징금이 시행되지만 이번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통신업계에서는 과징금 중심 제재만으로는 기업의 은폐 유인을 줄이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중대한 개인정보 유출과 고의적인 조사방해를 사업정지나 신규 가입자 모집 정지 등 영업권 제한 사유로 명문화해야 제재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사업정지 등 행정제재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증거가 없으니 책임도 없다'는 인식을 막으려면 조사방해와 증거인멸 자체를 사업정지 사유로 명문화하는 제도 보완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