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비에이치아이가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 발전설비를 앞세워 실적 성장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각국의 원전 확대 기조를 타고 원전 보조기기(BOP) 사업까지 본궤도에 오르면서 중장기 성장 기반도 넓어지고 있다.
비에이치아이는 지난달 27일 한국남동발전과 720억원 규모의 LNG 복합화력 발전설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지난 3월과 5월에는 이스라엘 자피트·에슈콜 발전소에서 각각 566억원, 575억원 규모의 설비를 수주했다. 6월에는 1883억원 규모의 일본 소데가우라 발전소 발전 설비 공급계약을 따냈다.
릴레이 수주 배경에는 배열회수보일러(HRSG) 수요 증가가 자리하고 있다. 비에이치아이는 HRSG, BOP 등을 설계·제작하는 기업이다. HRSG는 가스터빈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 열을 회수해 스팀터빈 구동에 필요한 증기를 만드는 LNG 복합화력발전의 핵심 설비로 꼽힌다.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으로 LNG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이 늘고 있다. 원전보다 건설 기간이 짧고 전력 수요에 맞춰 출력을 조절하기 쉽기 때문이다. 가스터빈만 가동하면 발전효율이 35~40% 수준이지만 스팀터빈을 함께 가동하면 60% 이상으로 높일 수 있어 HRSG 필요성도 커졌다. 터빈 공급 부족으로 주요 제작사들이 터빈 생산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기존에 자체 제작하던 HRSG를 외부 전문업체에 맡기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비에이치아이는 기술력과 납기 대응력을 앞세워 늘어난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독자적으로 HRSG를 설계·제작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동시에 핵심 부품은 직접 생산하고 나머지 부품 제작은 협력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납기 대응력을 높였다. 글로벌 발전시장 조사기관 맥코이파워리포트는 비에이치아이가 2024년부터 2년 연속 전 세계 HRSG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고 내다봤다. 올해 1분기 말 수주잔고도 약 2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9% 증가했다.
HRSG가 성장을 이끄는 가운데 BOP는 미래 먹거리로 부상했다. BOP는 원전 운전에 필요한 각종 보조 설비를 뜻한다. 전력 수요 증가와 탄소중립,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각국이 신규 원전 건설을 확대하면서 BOP 수요도 늘고 있다. 비에이치아이는 지난 5월 급수가열기와 탈기기 공급계약을 추가로 체결하며 신한울 3·4호기 BOP 7개 품목 가운데 5개 품목을 수주했다.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한·미 원자력 공급자 포럼에서 미국 원전 운영사들과 BOP 공급을 논의한 데 이어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폴란드 지사를 설립했다. 복수기와 급수가열기 등 일부 BOP는 차세대 발전원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에도 적용되는 만큼 관련 수요는 계속 발생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전망에 실적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비에이치아이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컨센서스)는 전년 동기(204억원) 대비 45.6% 증가한 297억원으로 예상된다. 연간 영업이익 역시 ▲2026년 1조1030억원 ▲2027년 1조3720억원 ▲2028년 1조6675억원으로 우상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에이치아이 관계자는 "발전시장 침체기 기술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 전략이 결과로 이어졌다"며 "미국 원전과 SMR 건설이 본격화하면 BOP 부문에서도 추가 수주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