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성빈 부산 기장군수가 취임 직후 전임 군수 시절 추진된 각종 사업을 중단하거나 재검토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우 군수는 토호세력과의 유착 및 부정부패 가능성을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재까지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근거나 증거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업 재검토의 최종 목적이 우 군수의 공약인 '군민 1인당 100만원 민생활력지원금'의 재원을 마련하는 데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기장군민에게 1인당 100만원을 지급하려면 단순 계산으로 약 1800억원이 필요하다. 이를 4년에 걸쳐 지급하더라도 매년 약 450억원을 마련해야 한다. 기존 사업을 그대로 추진하면서 이 정도 규모의 재원을 추가로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부정부패와 예산 낭비 가능성을 명분으로 기존 사업을 중단하거나 축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부정부패나 토호세력과의 유착 정황이 확인된다면 사업을 중단하거나 변경하고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는 것은 당연하다. 조사 결과 특혜나 유착, 위법한 예산 집행이 드러난다면 이번 전수조사는 군정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우 군수가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다 할 근거도 없이 해당 사업이 중단되면 이미 투입된 설계비와 공사비가 매몰비용으로 남고 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이나 사업 지연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국비나 시비가 포함된 공모사업을 중단하면 확보한 외부 재원을 반납하거나 향후 공모사업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사업을 기대했던 주민의 편익이 줄어들고 나중에 사업을 다시 추진할 경우 더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특히 별다른 부정부패가 확인되지 않은 사업의 예산이 민생지원금으로 전환된다면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기존 사업에 부정부패의 틀을 씌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기장군이 이러한 의심을 해소하려면 진행하고 있는 전수조사의 기준과 과정,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각 사업이 단순한 정책적 견해 차이에 해당하는지, 예산 낭비 가능성이 있는지, 특정인에 대한 특혜나 위법 정황이 포착됐는지를 구분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 사업을 중단하거나 변경한다면 이미 투입된 예산과 향후 절감 가능액, 계약 해지 비용, 국·시비 반납 가능성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민생지원금 역시 연도별 지급 규모와 시기, 대상 인원,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을 담은 중기 재정계획이 필요하다. 기존 사업에서 확보한 예산을 지원금에 투입한다면 해당 사업의 명칭과 전환 금액을 군민과 군의회에 밝혀야 한다. 만약 1인당 100만원의 지원금이 현재 재정으로는 부담이 된다고 판단되면 억지로 밀어붙이기보다는 군민에게 양해를 구하면서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것도 방법이다.
우 군수의 전면 재검토가 혈세 낭비를 막은 군정 혁신으로 남을지, 민생지원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사업을 희생시켰다는 정치적 역풍으로 돌아올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그 판단이 정치적 주장만으로 내려져서는 안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