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KAI 경영참여 선언에 노조가 반발해 공정위에 기업결합 불허를 촉구한 가운데 방산 조달 구조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래픽은 제미나이로 재구성. /자료=업계 종합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이 한화그룹의 지분 확대에 반발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불허를 촉구해 주목된다. 한화가 KAI의 공급업체이자 우주사업 경쟁업체인 만큼 경영에 참여하면 이해상충과 정보유출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방산은 일반 제조업과 달리 정부가 조달과 원가를 관리하기 때문에 한화가 KAI의 공급망을 임의로 좌우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KAI 노조는 지난 12일 입장문을 내고 한화의 경영참여에 반대했다. 한화가 항공에서는 공급업체, 우주에서는 경쟁업체인 만큼 이해상충과 정보유출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한화그룹은 지난해 11월부터 KAI 주식을 매입했다. 지난 10일 기준 지분 15.89%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보유 목적도 '경영참여'로 변경했다. 이에 공정위 기업결합 신고·심사 대상이 됐다.

노조가 대표 사례로 든 KF-21 엔진은 KAI가 발주하는 구조가 아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방위사업청과 직접 계약을 체결한다. KF-21 최초 양산분 엔진 공급계약 규모는 약 1조1794억원이다.

KAI는 완제기를 개발·양산하는 체계종합업체다. 엔진 자체의 조달 주체는 아니다. 방산물자와 방산업체 지정 역시 정부가 맡는다. 방위사업법에 따라 방위사업청장이 산업통상자원부장관과 협의해 결정한다.



한화가 경영권을 활용해 계열사 제품을 우선 채택하거나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도 어렵다. 방산 계약 원가를 정부가 관리해서다. 정부 원가계산 규정에 따라 원가를 산정한다. 대주주가 일반 민수기업처럼 가격을 임의로 정하기 어려운 구조다.

노조가 선례로 든 한화-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기업결합도 세부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정위는 지난 4월28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오션에 부과한 시정조치 이행기간을 2029년 5월2일까지 3년 연장했다. 노조는 이를 경쟁제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근거로 제시했다.

공정위는 지난 3년간 시정조치 불이행 등 위법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장 역시 최초 승인 당시 예정된 재검토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오션이 수상함(67.3%)·잠수함(64.8%) 시장에서 1위 지위를 유지하는 등 시장구조가 여전히 집중돼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사례는 기업결합을 허용하면서도 시정조치와 사후 점검을 통해 경쟁제한 우려를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KAI와 한화의 결합 역시 경쟁제한 우려가 있다면 기업결합 자체를 불허하는 방법과 함께 시정조치를 통한 관리 가능성도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주사업에서는 국내 기업 간 경쟁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효율적인지를 놓고 다른 시각도 있다. 2026년 우주항공청 예산은 1조1201억원이다. 전년보다 16.1% 늘었지만 미국 등 우주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규모가 작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대표 기업 두 곳이 유사한 초소형위성체계 사업에 각각 연구개발·양산 역량을 갖추는 것이 효율적인지를 놓고 논쟁이 있을 수 있다.

한화가 KAI 지분을 확대하더라도 국내 방산시장 전체를 장악하는 구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상무기는 현대로템, 유도무기는 LIG넥스원, 함정은 HD현대중공업 등 각 분야에 주요 사업자가 따로 있다. KAI와 한화의 결합이 항공·우주 분야에서 미치는 영향과 방산시장 전체의 경쟁구도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분 인수가 국내 방산기업 체급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 겸 한국방위산업연구소 소장은 "국내 방산업체 간 대형화·통합화는 필수불가결하다"며 "체급을 늘리고 몸집을 높여야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호성 한국방위산업학회 회장도 "KAI가 한화에 인수돼도 별도 법인으로 운영되고 엔진은 어차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만드는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탈리아·미국식 거대 방산기업 모델을 언급하며 "지금처럼 가면 항공은 비전이 없다"고 지적했다. 항공엔진 국산화를 추진해도 기체 수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판로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미래를 위해 (두 기업의 결합에) 찬성표를 던지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