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암살자(들)'의 역사 왜곡 논란이 문화계와 정치권을 넘어 사법기관의 판단을 받게 됐다.
이종배 국민의힘 전 서울시의원은 29일 서울경찰청에 '암살자(들)'의 허진호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을 형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영화는 1974년 8월15일 재일교포 2세 문세광이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총을 발사해 육영수 여사가 사망한 실제 사건을 소재로 했다.
이 전 시의원은 "'암살자(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 시해 사건 배후에 있는 것처럼 인식되도록 묘사함으로써 고인의 사회적·역사적 평가를 심각히 훼손했을 뿐 아니라 유족들 역시 패륜적 범죄행위에 관여한 인물의 자녀라는 부정적인 인식과 평가의 대상이 되게 함으로써 명예를 훼손했다"고 고발장에 적었다. 이어 "육영수 여사 시해 사건은 수사와 재판, 문세광 최후진술 등을 통해 문세광 단독범행으로 명확히 확인된 사건"이라며 "표현의 자유는 헌법의 핵심 가치지만, 허위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처벌하는 등 모든 표현을 허용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사법부는 '영화적 허구'와 '명예훼손' 사이에서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나 드라마 제작진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고발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 2003년 영화 '실미도'가 개봉되자 실미도 사건 유족 47명은 "영화에서 훈련병들을 살인범 또는 사형수 출신 등으로 묘사했다"며 제작진을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제작진이 영화 제작에 참고한 국회 회의록, 언론 보도, 소설 등은 일부 훈련병이 전과자였다고 밝히고 있어 허위사실임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유족들의 손해배상 소송 역시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제작진이 역사적 사실을 다소간 각색하는 것은 의도적인 악의의 표출에 이르지 않는 한 상업영화의 본질적 영역으로 용인될 수 있다"며 "영화의 모든 내용이 실제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일반 관객이 인식하면서 영화를 관람할 것이라는 점도 판단에 참작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2006년 방영된 KBS 드라마 '서울 1945'를 두고 이승만 전 대통령과 장택상 전 국무총리 유족이 제작진을 고소했지만, 이때도 법원은 제작진의 손을 들어줬다. 이 전 대통령과 장 전 국무총리를 친일파로 보이게 했다는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드라마의 특정 장면에 불과하고, 실존 인물에 의한 역사적 사실보다 가상 인물에 의한 허구의 사실이 더 많은 드라마라는 점이 인정된다"며 무죄 판결했다. 손해배상 소송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면 다큐멘터리 영화의 결론은 달랐다. 2017년 개봉한 영화 '김광석'은 가수 김광석의 타살 의혹을 제기하면서 그의 아내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유족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제작진이 1억원을 물어주라고 판단했다.
영화 '암살자(들)' 제작진은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극영화라는 입장이다. 제작진은 28일 입장문을 내고 "실제 사건과 인물을 모티브로 하되 가상의 인물과 상황을 결합해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했다"며 "영화 속 가설과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고 있지 않다. 작품을 창작의 산물로만 봐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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