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4월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2026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제출에 따른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중증장애인이 인식개선·문화예술·권익옹호 활동을 하며 일하는 공공일자리를 늘리는 내용을 담은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조례가 서울시의 재의요구로 시의회에 되돌아왔다. 더불어민주당은 단독 재의결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30일 '서울특별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에 대해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개정안은 민주당이 당론 2호로 발의해 지난달 11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중증장애인이 사회 활동을 하며 급여를 받는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정의하고 관련 일자리의 개발·보급·확대를 시 추진계획에 넣도록 한 것이 골자다.



서울시가 문제 삼은 것은 세 가지다. 먼저 직무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개정안이 인식개선·문화예술·권익옹호 활동을 직무로 규정했지만 권익옹호 활동의 범위와 판단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는 과거 같은 사업의 2023년 운영실태 조사에서 2020~2022년 참여자 직무활동의 50.4%가 집회·시위·캠페인 관련 활동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기준이 모호하면 시민 불편을 낳는 집회까지 공공예산 지원 대상이 되는지를 두고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집행부 재량 침해 우려도 있다. 시는 중증장애인 지원과 자립생활지원센터·평생교육시설 연계를 의무화한 제7조의2가 시장의 예산편성 재량을 제약하고 지방자치법 제116조의 사무 관리·집행권과 부딪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는 상위법인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의 취지와 맞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정진우 서울시 복지실장은 "공공일자리가 참여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시민의 신뢰 속에 운영될 수 있도록 직무 기준과 사업 추진 방식, 예산·집행 권한에 관한 쟁점을 시의회가 다시 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시의회 민주당은 장애인 이동권·노동권 조례안 2건의 통과를 약속했다. 조례가 통과되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은 2021년 12월3일부터 73차례 이어온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지난 전면 중단했다. 이후 저상버스 전량 운행을 담은 이동권 조례는 1일 공포됐지만 일자리 조례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지난달 11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전장연 악마화 및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왜곡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방자치법상 재의요구를 받은 조례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확정된다. 시의회 118석 가운데 민주당이 80석, 국민의힘이 38석이어서 민주당만으로 재의결 요건을 채울 수 있다. 이상훈 시의회 민주당 대표의원은 지난 8월 재의요구가 있더라도 재의결해 조례가 작동하게 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시의회 민주당은 늦어도 다음 주 중 모여 재의결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다.

다만 재의결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될 수 있다. 2010년 무상급식 조례 때 서울시는 시의회 재의결 뒤 공포를 거부했고 의장이 직권 공포하자 이듬해 1월 대법원에 재의결 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조례가 확정되더라도 서울시가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 사업 재개가 어렵다는 점도 변수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의결에는 법정 시한이 없다. 현재로서는 재의결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대법원 제소까지 갈 사안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만약 재의결돼 시행하게 된다면 예산 규모를 두고 다시 정치적으로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내세우는 대안은 2024년부터 운영 중인 주 20시간 '맞춤형 특화일자리'다. 취업으로 이어져야 장애인 자립이라는 상위법 취지에 맞는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그러나 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는 중증장애인의 권익옹호 활동도 노동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배나래 건양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시대]에 "장애인의 권익옹호 활동도 사회적 가치를 생산한다면 노동으로 인정할 수 있다. 다만 모든 집회 참여를 공공일자리로 볼 수는 없다"며 "직무 목적과 역할을 사전에 명확히 하고 근로시간·업무내용을 기록하며 활동 결과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중증장애인에게 일반 노동시장 취업만을 일자리의 목표로 요구하면 가장 지원이 필요한 사람이 배제될 수 있다"며 "개인별 직무설계와 근로지원 등을 결합한 맞춤형 일자리를 확대하고 고용 지속성·임금·사회보험까지 함께 보장하는 다층적 고용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