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39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서울시정 및 교육행정에 관한 질문에서 박유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선 9기 첫 추가경정예산안을 내놓자마자 시의회 문턱에서 발목이 잡혔다. 여소야대 서울시의회가 청년 AI 지원사업 등 오 시장 역점사업 예산을 잇달아 삭감하면서다. 오 시장과 시의회 양쪽이 내걸었던 '협치' 기조에 균열이 드러난 셈이다.

9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상임위원회들은 지난 7일까지 진행한 2026년도 제2회 추경안 예비심사에서 오 시장의 역점사업 예산 80억원가량을 삭감했다. 가장 큰 폭으로 깎인 사업은 서울 청년 50만명에게 생성형 AI 이용계정을 지원하는 '청년 AI 성장권 지원사업'(청년 AI 사다리)이다. 청년 AI 사다리는 오 시장이 취임 이튿날인 지난 7월 2일 직접 발표한 민선 9기 첫 청년정책이다. 도시계획균형위원회는 지난 3일 이 사업의 총 예산 56억25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같은 날 기획경제위원회는 야간경제 활성화 사업의 중추인 지역별 야장(야외장사) 조성·운영비 12억2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여기에는 야장에서 쓸 수 있는 서울사랑상품권 발행 예산 10억5700만원이 포함됐다. 기획경제위원회는 이와 함께 야간 시네마·미식 프로그램비(5000만원)와 G밸리 활성화 사업비(5500만원)도 깎았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서울시 발레단 연습실 조성비(7억6500만원)를, 환경수자원위원회는 한강버스 선착장 계류시설 보강비(2억8800만원)를 각각 삭감했다.

삭감액을 모두 합하면 79억8500만원으로 추경 총 규모 2조8061억원의 0.28% 수준이다. 다만 삭감된 예산이 청년정책·야간경제·한강버스 등 오 시장의 역점사업에 집중돼 있어 정책 검증을 넘어선 정치적 견제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예산 전액 삭감 시 사실상 정책 추진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오 시장의 사업 예산이 대폭 삭감된 배경으로 재편된 시의회 구도가 꼽힌다. 지난 6월 지방선거를 통해 118석 중 더불어민주당이 80석을 차지했고 11개 상임위 중 8곳의 위원장도 민주당 소속이 됐다. 민주당은 삭감 사유로 사업 계획의 구체성·타당성 부족을 들었다. 최정은 시의회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총 225억원이 투입될 사업임에도 서울시가 접촉한 후보 업체가 사실상 한 곳에 불과했고 수요조사보다 예산 편성이 먼저 이뤄지는 등 절차가 미비했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39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서울시정 및 교육행정에 관한 질문에서 박유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앞세워 삭감 재원을 정략적으로 쓰려 한다는 지적이다. 최원선 시의회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삭감된 예산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위한 예산으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했다. 과거 폐지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 예산 규모(58억원)가 이번 삭감액과 비슷하고 오는 11일 관련 제도의 복원을 위한 조례 개정안이 본회의에 함께 오른다는 우연이 겹치면서다. 그러나 시의회 민주당 측은 "해당 예산 자체가 이번 추경안에 편성돼 있지 않다"며 "청년과 장애인을 대립시키는 갈라치기"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공방은 민선 9기 출범 초반 오 시장과 시의회가 나란히 내세웠던 '협치' 기조와는 대조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는 10일까지 협상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서울시가 주력하는 핵심 사업들이기 때문에 최대한 예산을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의회는 지난 8일부터 오는 10일까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심사를 거쳐 11일 본회의에서 추경안을 의결한다. 상임위가 삭감한 예산을 예결특위가 증액하려면 소관 상임위 동의가 필요하다. 2021년에도 오 시장의 교육플랫폼 '서울런' 예산이 상임위에서 대폭 삭감됐다가 예결특위·본회의 단계에서 상당 부분 복원된 전례가 있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청년 AI 사다리 사업과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을 연계해 협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며 "시민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원칙 아래 이번 추경도 협의와 설득을 통해 풀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