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의회가 더불어민주당 당론인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조례를 통과시키면서 사업 부활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 중단을 이끌어낸 사회적 대타협의 후속 조치지만 실제 사업 복원까지는 서울시의 내년도 예산 편성이라는 관문이 남았다.
서울시의회는 11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서울특별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처리했다. 재석 의원 108명 중 찬성 69명, 반대 37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이 조례안은 지난달 10일 이상훈 민주당 대표의원이 대표발의하고 민주당 시의원 80명 전원이 발의에 참여한 당론 2호 조례다.
의결에 앞선 찬반 토론에서 이종민 국민의힘 시의원은 "개정안의 실체는 시민 혈세로 특정 단체를 지원하는 전장연 맞춤형 특혜 조례에 불과하다. 개정안이 되살리려는 사업은 공공일자리가 아닌 사실상 집회·시위 동원 사업"이라며 "명확한 직무 기준도 없이 권익 옹호 활동을 다시 명문화한다면 시민의 이동권을 침해하는 시위까지 공공일자리 직무로 인정돼 시민 세금으로 시민의 일상을 불편하게 만드는 치명적 모순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명희 민주당 시의원은 "기존 조례는 중증장애인을 수혜적 대상으로 주변화했지만 새 조례는 중증장애인의 주체성과 노동권을 제도적으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물리적 생산성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 또한 노동으로 인정하게 되는 것"이라고 맞섰다. 그러면서 "불법 시위·집회나 특정 단체 지원을 우려하지만 개정안 어디에도 그런 내용은 없다"며 "서울시의 청년 예산과도 아무 연관이 없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시의회 민주당과 전장연은 지난달 24일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선언했다. 전장연은 이 자리에서 2021년 12월부터 73차례 이어온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권리중심 일자리 복원을 각각 당론 1·2호로 채택하고 조례안의 본회의 통과를 약속했다. 권리중심 일자리는 중증장애인이 권익옹호와 장애인 인식개선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하면 이를 노동으로 인정해 임금을 주는 사업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최종부 국민의힘 대변인은 대타협 선언 당일 "민주당의 조례 통과 약속과 전장연의 시위 중단 선언이 교환된 장면을 보며 이를 순수한 사회적 대타협으로 믿을 시민은 없을 것"이라며 "장애인의 권리를 볼모로 삼은 정치적 청구서 결제로 비칠 뿐"이라고 밝혔다.
조례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서울시와 시의회 간 긴장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조례가 확정돼도 예산 편성은 별개 문제다. 예산 편성권을 쥔 쪽은 서울시장이어서 시의회가 조례를 만든 것만으로 사업을 곧바로 복원하기는 어렵다. 이번 추가경정예산에 관련 예산이 담기지 않아 서울시가 오는 11월 낼 내년 예산안이 다음 관문이다. 전장연은 권리중심 일자리 폐지로 해고된 노동자 400명을 조례 제정 취지에 따라 복직시키고 사업 복원을 내년도 예산에 반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의를 요구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시는 의회가 관련 예산 반영이나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예산 편성 과정에서 사업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권리중심 일자리가 당초 취지인 장애인의 자립과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업을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리중심 일자리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인 2020년 7월 도입됐다. 서울시가 2023년 3월 벌인 운영실태 조사에서는 3년간 참여자 직무활동의 50.4%(1만7228건 중 8691건)가 집회·시위·캠페인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일지상 참여자 95%가량은 행사 참여 경험이 있었다. 오 시장은 같은 해 말 사업을 종료하고 2024년 장애유형별 맞춤형 특화일자리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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