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거점에 규제특례를 몰아주는 초광역특구에 주52시간제 예외 등 노동특례를 시행령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두고 여야 양쪽에서 비판이 나왔다. 야당은 '양대노총에 밀려 입법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고, 여당 일각에서는 위헌이라며 반발했다.
27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종합감사에서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특례 입법 결국 포기하고 시행령 땜질로 마무리하는 것 아니냐"며 김영훈 노동부 장관을 몰아세웠다. 이 의원은 "결국 특례를 입법에 집어넣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반도체 초광역특구에 노동특례를 넣어주는 방안을 추진하던 정부가 또 양대노총의 반대에 밀려 후퇴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 의원의 발언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3일 청와대에서 규제합리화위원회 2차 전체회의를 주재하며 노동부에 기존 제도의 시행령을 수정하거나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법이 있는지 논의해 보라고 지시한 것을 겨냥했다. 국민의힘은 초광역특구법에 노동특례를 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장관은 "국무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의 명운이 걸린 메가 프로젝트가 반드시 성공해야 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며 "사회적 대화가 잘 진행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초광역특구는 여러 지방자치단체를 하나의 광역 경제권으로 묶어 첨단산업을 키우는 제도다. '메가특구'로도 불린다. 노동특례의 쟁점은 근로시간 규제 완화와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확대다. 정부는 노사와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에서 마련한 방안을 국회 법안 심사 과정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9월 시작된 사회적 대화는 지난 20일까지 다섯 차례 실무협의를 열었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노동특례를 담은 법안과 뺀 법안을 1건씩 발의했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이 지난 20일 대표발의한 법안은 관리자·전문가 직군 가운데 근로소득 상위 3%인 노동자에 한해 근로시간과 휴일, 가산수당 등을 사용자와 서면합의로 따로 정할 수 있게 했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상한에 예외를 열어 둔 것이다. 출퇴근 시간을 노동자가 정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선택근로제)의 정산기간을 최장 3개월에서 6개월로, 기간제 사용기간을 2년에서 최대 4년으로 늘리는 내용도 담겼다. 이튿날 최기상 민주당 의원이 낸 법안에서는 이 같은 특례가 빠졌다.
여당 안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노동특례는 게으른 해법"이라며 "노동법의 핵심 조항을 법률에 정하지 않고 근로자와 서면합의로 달리 정할 수 있게 한 것은 헌법상 노동조건 법정주의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노동조건 법정주의는 근로조건의 기준을 법률로 정하도록 한 헌법 32조 3항의 원칙이다. 김 장관은 노동특례가 위헌이라는 이 의원의 지적에 "그런 주장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양대노총의 반발이 거세 사회적 대화로 접점을 찾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초광역특구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우리의 대화 참여가 노동특례 추진의 명분으로 이용되는 상황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정은 28일 6차 실무협의를, 당정은 29일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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