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항공기술발전-2026' 전시회에서 자폭무인기를 살펴 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사진 뉴스1


북한군이 러시아 파병 이후 정보기관 재편과 인공지능(AI) 조직 신설, 드론 전력 강화에 나섰다. 한국과 미국을 주요 대상으로 삼았던 군사정보 수집 범위를 세계 각국으로 확대하고, 정보기관을 국가정보국과 정찰정보총국의 양대 축으로 재편했다. 국방분야 AI 기술 육성을 총괄하는 조직도 신설했다.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전에 병력을 직접 투입하면서, 현대전의 핵심이 병력과 화력만이 아니라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 수집·분석, 무인기 운용, 전자전, 사이버전, AI를 결합한 전장 지배 능력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세계 군사정보에 눈 돌려…"전장정보·군사정책 파악"

국가정보원은 29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국익·외교 등 국가 차원의 전략정보 수요가 높아지자 정보기관을 국가정보국과 정찰정보총국의 양대 축으로 재편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고했다.

국가정보국은 기존 정권 보위 중심의 역할에서 벗어나 대외정보 수집·분석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정찰정보총국은 대남 군사정보 중심이던 업무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전략정보 수집으로 넓히고 있다. 이는 북한의 정보 활동이 체제 유지와 대남 공작이라는 전통적인 임무를 넘어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제정세와 군사·외교·경제 정보를 종합적으로 수집·분석하는 국가 전략정보 체계로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러시아 파병이 이러한 변화의 주된 배경으로 거론된다. 북한군은 전쟁에 직접 참여하면서 러시아군의 작전 방식은 물론 서방 무기체계의 성능과 취약점, 위성·드론을 활용한 정찰 및 표적 획득, 전자전과 통신 교란 등 현대전의 실제 운용 양상을 경험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이를 작전 지휘와 타격에 연결하는 정보 역량의 중요성도 직접 확인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서는 러시아와 적대 관계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의 군사지원 체계와 무기 생산 능력, 서방의 군사·안보 정책까지 파악해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실제 북한은 지난 7월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정찰정보기관의 기능과 임무를 다방면으로 확대하고 군사정찰 및 정보 능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정찰정보총국은 지난해 9월 기존 정찰총국을 확대 개편한 기관이다. 당시 북한 매체는 정찰정보기관이 잠재적 적수들의 위협을 관리하고 핵심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백승주 전 국방차관은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정보 수집 능력 확대는 우크라이나 전쟁 참여와 연결해 볼 수 있다"며 "드론이 부각되고 있는 현대전에서 정보전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조직 신설…군사력 증강 핵심 기반 인식

AI 분야의 조직 정비도 주목된다. 국정원은 북한이 국방분야 AI 기술 육성 필요성에 따라 산하 AI 관련 기관들을 총괄하는 조직을 신설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개별 연구기관이나 개발자 중심의 기술 개발을 넘어 AI 연구와 군사적 활용, 방산 기술 개발을 연계하는 체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AI는 현대전에서 정찰정보의 분석과 표적 식별, 무인기 자율비행, 전장 상황 판단, 지휘통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특히 드론과 정찰위성, 지상 감시체계에서 수집한 방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분석해 타격으로 연결하는 능력은 전투 효율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했다.

북한이 AI 관련 조직을 별도로 총괄하는 체계를 만든 것은 이런 기술을 단순한 산업 발전 차원이 아니라 군사력 증강의 핵심 기반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드론전력 강화…무인기와 포병전력 결합 징후

북한의 무인전력 강화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전에서 얻은 교훈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우크라이나전에서는 소형 정찰드론과 자폭드론, 장거리 공격무인기 등이 전차와 포병, 방공체계의 운용 방식까지 바꿔놓았다. 저렴한 드론을 대량으로 투입해 적의 방공망을 소모시키거나 정찰과 표적 획득, 포병 타격을 연계하는 방식이 전쟁의 일상적인 양상으로 자리 잡았다.

파병 이후 북한은 단순히 드론 기체를 개발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전장에서 검증된 운용 전술과 정찰·타격 연계 방식 등을 습득하고 이를 북한군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30일 가오리 형상의 스텔스 드론을 처음 공개했다. '샛별-4' 공격드론에서 전술순항비행탄 발사 장면 공개도 처음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동행미디어시대와 통화에서 "북한은 스텔스 드론 개발과 저가 자폭드론의 대량 전력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을 적용해 레이더 탐지가 어렵고 가성비 높은 소형 자폭드론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9월18일에는 창고에 줄지어 선 여러 종류의 자폭드론 사진을 보여줬는데, 이 가운데 가오리형 날개가 달린 수십 대의 자폭드론은 이스라엘제 자폭형 무인기 하롭(HAROP)과 외형이 닮았다. 이 자폭드론이 모의표적을 타격하는 장면도 함께 공개했다. 십자형 날개가 달린 자폭드론도 공개했는데, 러시아의 란쳇(Lancet)-3와 이스라엘의 히어로(HERO) 계열 자폭드론과 외형이 유사했다.

러시아와 이스라엘 자폭드론 기체를 확보해 역설계했거나, 파병 대가로 러시아 측으로부터 설계도를 입수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아울러 러시아에 파병된 일부 참전부대에서 정찰무인기와 포병·방사포의 연계를 시도한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무인기로 수집한 표적정보를 포병과 방사포에 전달하면 신속한 화력지원이 가능해서다.

두진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원은 시대와의 통화에서 "북한군이 인공지능을 탑재한 대드론체계를 시험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전에서 얻은 드론전 기술과 데이터, 작전 경험을 군사적 차원에서 정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파병 이후 북한군의 변화는 해외 전략정보 수집을 위한 정보기관 재편, AI 기술을 군사 분야에 접목하기 위한 조직 정비, 드론과 전자전 등 무인전력 확대가 서로 연결되는 구조적 변화에 가깝다. 이는 북한이 핵·미사일 중심의 전략무기 증강과 함께 재래식 전력의 현대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찰·정보 수집부터 지휘통제, 무인기 타격까지 연결하는 능력이 강화되면 한반도 유사시 북한군의 작전 양상도 달라질 수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안보 환경이 달라졌다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새로운 기준'을 언급한 것도 이런 인식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군에는 핵·미사일 위협뿐 아니라 북한군의 정찰위성, 드론, 사이버 공격, 전자전이 결합된 복합적인 위협에 대비해야 할 과제도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