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안에 편성된 내년 금융위 예산은 9조2417억원으로 올해보다 98.7% 늘었다. 청년적금과 서민대출 등의 소득 요건을 없앤 점이 눈에 띈다./뉴스1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청년적금과 서민대출 등의 소득 요건을 없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 담긴 청년미래적금과 새 서민대출은 지원 대상과 규모를 크게 늘렸지만 소득요건을 두지 않는다. 서민대출에서는 기준조차 공개되지 않은 면담 심사 절차가 들어갔다. 두 사업에는 내년 금융위원회 예산의 5분의 1 이상이 배정됐다.

정부안에 편성된 내년 금융위 예산은 9조2417억원으로 올해보다 98.7% 늘었다. 3대 중점 분야 가운데 가장 큰 몫은 청년 자산형성 지원(2조855억원)으로, 서민생활 안정(1조828억원)의 2배에 가깝다.

청년미래적금 예산은 올해 7446억원에서 내년 1조7011억원으로 늘어난다. 정부안은 가입 요건에서 '총급여 7500만원 이하' 같은 소득 조건을 없애 19~34세 청년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게 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금융위는 소득만 따지면 오히려 역차별이 생긴다는 이유로 이 조건을 없앴다. 월급은 많아도 물려받은 재산이 없는 '흙수저' 청년은 빠지고, 월급은 적어도 집안 재산이 넉넉한 '금수저' 청년은 가입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소득요건이 사라지면서 고소득 청년도 정부 기여금과 이자소득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예산정책처는 "지원이 시급한 저소득 청년층에 집중하지 못하는 부작용"을 우려했다.

새 서민대출인 K-민생지킴대출에도 소득요건이 없다. 금융위는 경기 부진에 가계대출 관리까지 겹쳐 지난해 하반기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신용대출이 줄자 기존 불법사금융예방대출의 문을 넓히기로 했다. 지금은 신용점수 하위 20%이면서 연소득 3500만원 이하여야 연 12.5% 금리로 100만원을 빌릴 수 있다. 내년부터는 소득과 관계없이 신용점수 하위 50%면 연 4.5% 금리로 빌릴 수 있다. 예산정책처 자료를 보면 지원 대상은 약 673만명에서 2004만명으로 3배로 늘어난다. 이 가운데 연소득이 1억원을 넘는 사람도 16만1160명이다.

금융위는 지난 3일 해명자료에서 재해·질병 같은 특수한 상황에 놓인 사람을 배제하지 않으려고 소득요건을 두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소득자는 대면상담에서 걸러내겠다고 했지만 그 기준은 공개하지 않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예산이 확정되면 집행 전인 연말까지는 세부 기준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고소득자를 걸러내는 장치가 규정이 아니라 면담이라는 점이다. 지원 대상은 3배로 늘었지만 공급 규모는 6000억원으로 정해져 있다. 누가 먼저 대출을 받을지가 공개되지 않은 면담 기준에 달린 셈이다.

특수한 상황을 챙기면서도 소득 기준을 지키는 방법은 있다. 호주 정부가 지원하는 NILS(무이자 소액대출 제도)는 1인 기준 세전 연소득이 7만호주달러(약 6600만원) 미만이어야 이용할 수 있다. 대신 최근 10년 안에 가정폭력을 겪었거나 복지카드를 가진 사람은 소득과 관계없이 신청할 수 있다. K-민생지킴대출도 소득 기준은 규정으로 되살리고 재해·질병 같은 사정은 예외로 인정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

예산정책처는 K-민생지킴대출이 "고소득자에게 정책자금 지원이 분산될 수 있다"고 보고 소득요건을 다시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금융감독원도 공급 실적 위주의 평가로는 한계가 있다며 포용금융 성과를 "차주가 체감하는 '삶의 질 변화' 관점에서 측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