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7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뉴스1


국정감사를 마친 여야가 예산·국정조사·입법 세 갈래로 전선을 옮긴다. 대치가 길어지면 민생 현안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2일 이재명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2027년도 예산안 심사가 본격화한다. 정부 예산안은 올해 본예산보다 12.8% 늘어난 820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는 4~5일 종합정책 질의와 9~12일 부별 심사를 거쳐 16일부터 사업별 감액·증액 심사에 들어간다. 법정 처리 시한은 다음달 2일이다.

예산안 최대 쟁점은 162조3000억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이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반도체 호황으로 더 걷힌 세수를 기금에 적립해 미래 전략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추가 세수를 국가채무 상환에 먼저 써야 한다며 여유자금 104조4000억원의 전액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내년도 예산안은 멈춰 선 성장 엔진을 다시 돌리기 위한 담대한 미래 투자"라고 강조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의힘은 곳간지기가 되겠다"며 "통제 장치 없는 기금 운용에 동의하지 않겠다"고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 국정조사도 뇌관이다. 민주당은 오는 5일 본회의에 조 대법원장 국정조사 요구서를 보고한 뒤 12일이나 19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를 채택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검찰의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등 조작기소 의혹을 수사하는 '조작기소 특검법안'도 이달 처리를 추진한다.

조계원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조 대법원장 국조와 관련해 "비상계엄 당시 법관회의 소집과 논의 경위, 윤석열 내란과 서부지법 폭동에 대한 사법부의 대응,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 사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 과정, 대법원장 업무추진비와 격려금 집행까지 국민 앞에 설명하고 검증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두 사안에 반대 입장이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를 "노골적인 사법부 탄압이고 명백한 삼권분립 위반"이라고 말했다. 특검법안을 두고는 "이재명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한 공소 취소 빌드업"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계획서와 특검법 등 쟁점 안건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는 물론 장외투쟁까지 동원해 저지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국정조사와 특검법이라는 두 쟁점 안건을 둘러싼 대치가 예결위 심사로 번지면 법정 시한 내 예산안 처리도 장담하기 어렵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여야의 강대강 대치 국면이 내년도 예산안 심사 등 핵심 일정까지 덮으면 가장 시급한 민생 현안들이 밀릴 수밖에 없다"며 "정치권이 소모적인 대립을 멈추고 민생 예산과 법안 처리에 집중하는 타협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